천우희가 '우상'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다며, 힘들었던 점을 털어놨다.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룩스바른손)은 아들의 사고로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정치인과 목숨 같은 아들이 죽자 홀로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 사건 당일 벌어진 일을 숨긴 채 사라진 여자 등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월,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해외에서 먼저 공개됐고, 평단의 높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주연으로 열연한 가운데, 천우희는 극 중 부남의 아내이자, 중식(설경구 분)의 며느리 최련화 역을 맡아 변신을 선보였다.
이수진 감독과 천우희는 지난 2014년 '한공주'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고, 이 영화는 과거 실제로 일어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다뤄 주목을 받았다. 자극적인 소재로만 쓰지 않고, 피해자의 아픔을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천우희는 '한공주'를 통해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천우희는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한 감독님과 두 번 작업하는 건 처음"이라며, "'한공주' 때 이수진 감독님과 정말 호흡이 좋았다. 이번에도 그런 것들에 대한 설렘이 있었고, 그때만큼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출자로서 내 연기를 봐줄 때, 정확하게 캐치해주면 만족감이 크다. 그리고 한석규, 설경구 선배님이 출연하셔서 두 분의 연기를 현장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캐릭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했지만, 감독님을 믿고 출연했다"고 밝혔다.
캐릭터를 위해 눈썹을 없앤 천우희는 "원래 4개월 촬영에 눈썹을 한 번만 밀면 된다고 하셨다. 촬영 전 직접 밀었는데, 처음에는 수염처럼 자라다가 괜찮아지려면 한 달 이상 지나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칩거하면서 지냈다.(웃음) 예상보다 촬영이 길어져 감독님한테 '눈썹 없는 게 얼마나 이상한 지 아세요?' 이러면서 엄청 엄살을 부렸다"며 웃었다.
이어 "나 혼자만 눈썹 없는 게 민망할 것 같아서, 감독님한테 같이 밀어달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해주셨다.(웃음) 감사한 마음도 있었는데, 한편으론 '너 허투루 연기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라는 느낌을 받아서 '진짜 잘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발동이 걸렸다"고 말했다.
천우희가 연기한 최련화는 어둡고 우울하면서,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여기에 스포일러도 가득 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은 많이 괴로웠다"며 "'한공주'가 내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우상'으로 한계를 맛봤다. 자신감이 완전히 추락할 때가 있었다. 역할이 힘들면서 강한 느낌도 있었고, 개인적인 일도 겹쳤다. 내 스스로 '생각보다 별거 아닌 배우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 물론 현장에서는 몰입했지만, 혼자 있을 땐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뭔가 다른 것을 표현해내고 싶었고, 이수진 감독님한테 ''한공주'를 지나면서 성장했고, 좋은 배우가 돼가고 있습니다'를 어필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황적으로 안 도와주면 조급해졌다.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 편이 아닌데, 컨트롤을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여기에 천우희는 "추운 겨울날 컨테이너 장면을 5일 넘게 찍었는데, 몸이 묶여있는 상태라서 정말 힘들었다"며 계속되는 촬영으로 인해 살짝 공황장애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이수진 감독과 또 작업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천우희는 "언제나 기다린다. 모든 작업이 녹록지 않겠지만, 내가 어떠한 연기를 하거나 방향성을 갖고 있을 때, 캐치해 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힘든 만큼 만족감이 크다. 타협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분이라서 응원하고 싶고, 그래서 감독님의 장점은 한결 같다"며 믿음과 신뢰를 보였다.
한편, '우상'은 15세 이상 관람가 작품으로, 오는 20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