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 ‘마블 천하’를 제압할 세 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한다. 인간의 욕망과 민낯을 담은 ‘돈’, ‘우상’, ‘악질경찰’이 그 주인공.
먼저 ‘돈’(감독 박누리,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은 부자가 되고 싶어서 하루에 가장 많은 돈이 움직이는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돈을 둘러싼 이야기다.
업계 1위 증권사에 입사했으나 빽도 줄도 없는 일현은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다. 하지만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를 만나고, 실적 0원 신세에서 클릭 몇 번에 억 단위의 돈을 버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번호표와의 거래가 거듭될수록 더해가는 위험과 함께, 금융감독원 사냥개(조우진 분)의 추적이 시작되며 첩보극을 연상시키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돈이 보여주는 성공의 맛에 취해가는 주인공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보면서도 그에게 공감할 수 있는 건, 모두가 그와 같은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큰 돈의 유혹, 많은 것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작전, 돈과 성공이 주는 달콤함, 그리고 그 달콤함 뒤로 돈이 요구하는 엄청난 대가까지. ‘돈’은 주인공 일현의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따라가며, 그의 최종 선택은 무엇일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 ‘한공주’를 각본・연출한 이수진 감독의 5년 만의 차기작 ‘우상’(감독 이수진,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룩스바른손,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각기 다른 처지와 상황에 놓인 세 인물을 통해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논한다.
이수진 감독은 본인만의 우상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해 나가는 세 인물의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그렸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구명회(한석규 분),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유중식(설경구 분),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조선족 최련화(천우희 분)까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작 청년필름・다이스필름,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지독하게 나쁜 경찰 캐릭터가 등장한다.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심지어 범죄까지 사주하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뻔뻔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관객들의 뒤통수를 친다. ‘경찰 무서워서 경찰 된 사람’이라며 경찰 신분으로 온갖 비리를 저지르던 조필호는 결국 경찰 압수창고에까지 손을 뻗는다. 하지만 압수창고에서 의문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그는 순식간에 용의자로 몰린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더 나쁜 악의 존재에 맞서 변모해가는 과정을 그린 ‘악질경찰’은 조필호의 변화를 따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전개, 폭발력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이달 6일 개봉한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라이언 플렉,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이 19일까지 누적관객수 475만 5313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하며 14일째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가운데 세 영화가 이 판도를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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