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좋았다. 배우 김혜자부터 한지민, 남주혁까지 시청자들을 울고 웃겼던 그대들이 있어서.
지난 19일 오후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가 12부로 막을 내렸다.
이날 마지막회에서는 김혜자(김혜자 분)와 아들 대상(안내상 분)의 과거 이야기가 그려져 진한 감동을 남겼다. 이어 남편 이준하(남주혁 분)과의 행복했던 기억 속에서 살게 된 혜자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에게도 위로를 전달하는 여운 남는 엔딩이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낯 꿈에 불과한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김혜자는 ‘김혜자’ 역을 맡아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해나갔다. 최근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마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색다른 시각을 그려냈던 것. ‘역시 김혜자’다운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며 작품을 명작으로 마무리했다.
그런 김혜자의 젊은 시절은 한지민이 연기했다. 한지민은 25살의 과거 혜자부터 현재를 살아가는 듯한 혜자까지 실감나는 연기와 캐릭터 해석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후반부까지 작품의 강력한 반전 요소였던 ‘알츠하이머’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까닭은 한지민의 이러한 활약들 덕분.
준하 역으로 분한 남주혁은 혜자와의 설레는 로맨스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설렘을 선사했다. 70년대 배경의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먹먹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남주혁은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손호준은 영수 역을 맡아 25살 모습의 혜자와는 현실 남매 케미스트리를 뽐내는 등 작품에 비타민 역할을 톡톡이 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 작품이었지만 봄 같이 따뜻한 색깔을 잃지 않았던 것은 손호준의 감초 역할이 있었던 덕분.
여기에 아빠(안내상 분)와 엄마(이정은 분) 부부, 샤넬 할머니(정영숙 분), 시계 할아버지(전무송 분)까지 모두가 눈이 부셨던 인생작으로 남을 ‘눈이 부시게’였다. / besodam@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