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경(38)을 커리어 우먼 전문 배우로만 봤다면 오산이다. KBS2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보여준 엉뚱 발랄한 4차원의 모습부터 사랑에 올인하는 소녀 같은 이미지까지 모든 장르 속 캐릭터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뇌섹녀의 매력을 갖췄지만, 작품에서 늘 새로운 모습을 꺼내낼 수 있는 건 오랜 무대 경험을 통해 쌓은 내공 덕분이리라.
진경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시기, 생계를 위해 신인 배우들도 가르쳤었고 성우로도 일할 정도로 배우로서 여러 장르에서 이력을 쌓았다.
2014년 방송된 드라마 ‘참 좋은 시절’, 영화 ‘감시자들’(감독 조의석, 2013)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한 진경은 이후 러브콜을 받아 여러 장르・캐릭터를 소화하며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고 있다.
무려 49.4%(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를 기록한 KBS2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는 이달 27일 개봉하는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 제공제작 영화사 두둥, 공동제작 킹콩by스타쉽, 공동제공 CJENM・레오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유니온투자파트너스)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아빠 준호(박희순 분)의 예쁜 여.사.친(황우슬혜 분)의 등장으로 엄마(진경 분)의 오해가 시작된 후 '삐그덕 쿵' 소리와 함께 사라진 가족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의 발칙하고 유쾌한 대작전을 그린다. 진경은 준호의 아내이자 교사인 유미를 연기했다.
진경은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및 종영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하나뿐인 내편’의 최고 시청률이 49.4%나 나왔는데 너무 감사하다. 그 시청률을 찍어주신 시청자분들께서 극장에 오셔서 ‘썬키스 패밀리’를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제가 지나가면 어떤 분들은 ‘이젠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영화를 보면 제 캐릭터의 연장선이 될 거 같다”고 추천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났다. 제가 인복이 있는 거 같다. 선배님, 후배님들 모두 다들 성격이 좋고 함께 해서 좋은 시간이었다”며 “영화 ‘썬키스 패밀리’도 마찬가지다. 감독님부터 박희순, 황우슬혜, 보라 등 배우들까지 그렇게 착하고 선할 수가 없었다. 특히 황우슬혜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이미지가 좋았는데 지내고 보니 성격이 좋더라. 마치 친동생 같았다. 같이 있으면 사람을 편안하게 릴렉스 시켜주는 힘이 있다”고 극찬했다. 황우슬혜는 이 영화에서 준호의 여자 사람 친구 미희로 분했다.
진경은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영화가 재미있게 나왔다고 본다.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한 영화였는데 120% 만족스럽게 나와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내놓았다.
진경은 배우 박희순과 부부로 호흡하며 코믹한 부부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집안의 실질적인 권력자 엄마 유미로 분한 그는 때로는 사랑스럽게, 때로는 화끈하게 사랑을 확인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진경은 “작품에 감동이 있거나 기존에 갖고 있던 제 이미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작품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충격 그 자체였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골 때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의 내용상 위험한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는데,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감독이 말하려고 하는 무언가 있다고 느꼈다. 당시 제안 받았을 때 기존에 하지 않았던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건 뭐지? 물건이다’ 싶으면서 하고 싶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진경은 “‘하나뿐인 내편’ 차홍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 부각되면 괜찮은 캐릭터였는데 ‘썬키스 패밀리’는 세 아이의 엄마고, 학교 선생님이다. 또 남편과 있을 때도 한 없이 사랑스럽다. 근데 계속 사랑스럽기만 하면 현실감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때에 맞게 엄마, 선생님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는 지향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변신에 대한)걱정도 있었는데 영화 ‘마스터’를 찍고 나서 그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이 영화의 제안을 받았다. ‘감시자들’ 같은 센 캐릭터나 똑 부러진 이미지를 많이 했지 않나. 그런 이미지가 마치 저인냥 보이는 거 같아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님이 먼저 제안을 하신 거니까 제게서 윤희의 모습을 본 게 아닐까 싶었다. 제게 ‘무조건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알겠다, 제가 잘 해보겠다’는 말로 도전을 했다”고 밝혔다.
진경은 “센캐를 많이 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보셔도 말을 잘 안 거셨는데 이제는 거리낌없이 말을 건네신다. ‘아이 가져서 축하해’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하신다”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그는 ‘하나뿐인 내편’에서 강수일(최수종 분)이 재혼한 나홍주를 사랑스러운 인물로 만들었다.
진경은 “예전에 인기가 대단했던 최수종 선배님과 같이 호흡해 영광스럽다”며 “최수종 하희라 선배 부부가 대단한 게 결혼한지 20여 년 됐는데도 여전히 애정이 넘치신다. 최선배님은 머릿속에 하희라 선배 생각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여자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면 바꾸기가 힘든 거 같다. ‘하나뿐인 내편’ 감독님도 제게 제안을 주셨는데 감독님이 저를 만나기 바로 전날 영화 ‘마스터’를 보셨다더라. 근데 저를 보고 놀라시더라. ‘사랑스러워야 하는데 캐릭터를 시크한 이미지로 바꿔야하나?’라는 말씀도 하셨다. 다행히 작가님이 ‘너무 사랑스러웠다’고 하시더라. 홍주는 영국 백작 부인의 이미지에서 엑기스를 뽑아내 짝퉁의 이미지를 가미해 의상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한층 더 캐릭터가 풍부해졌다”고 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사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