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을 닮은 매력적인 로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탄생시킨 최고의 슈퍼스타.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접수한 4차원 예능인. 우리가 좋아했던 방송인 정준영이었다. 하지만 그의 실체는 추악한 몰카 범죄자였다. 그리고 그의 연예계 활동 끝은 포승줄로 묶인 초라한 모습이었다.
1989년생인 정준영은 어렸을 때 해외에서 자유롭게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뮤지션의 꿈을 꾸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홍대, 강남, 일본 등지에서 언더 밴드 활동을 펼쳤다. 2011년에는 코미디TV ‘얼짱시대5’에 출연해 일찌감치 방송인으로서의 가능성을 알렸다.
그러다가 그의 인생을 180도 다르게 만든 기회를 잡았는데 2012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였다. 강동원을 닮은 잘생긴 외모, 훤칠한 키, 4차원 행동으로 등장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그는 심사위원에게는 엇갈린 평을 받았지만 여성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슈퍼스타K’ 시리즈 중 레전드로 꼽히는 영상의 주인공도 그였다. 로이킴과 함께 라이벌 데스 매치에서 부른 ‘먼지가 되어’는 폭발적인 조회수와 시청자들의 열렬한 관심을 이끌었는데 덕분에 정준영은 톱4에까지 무난하게 올랐다. 결국 그는 생방송 무대에서도 꾸준히 활약하며 로이킴, 딕펑스에 이어 최종 3위로 서바이벌을 마쳤다.
그럼에도 정준영은 순위에 상관없이 핫한 방송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라디오 DJ부터 MBC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가상 결혼 리얼리티까지 접수했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와 고정 출연으로 맹활약했다. ‘슈퍼스타K4’를 마치고서 CJ E&M 소속이 된 터라 주로 엠넷과 tvn, 온스타일 등의 채널에서 활동했는데 지상파에서도 마침내 날개를 달았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세바퀴’, ‘라디오스타’ 등에서 예능감을 뽐냈고 2013년 12월에는 KBS 2TV ‘1박2일’ 시즌3에 고정 합류하면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됐다. ‘1박 2일’이 워낙 오랫동안 장수한 ‘국민 예능’이라 정준영의 4차원 예능감과 황금 막내의 센스는 시청자들를 흐뭇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정준영을 비롯해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고 김주혁이 외친 “이 멤버, 리멤버, 포에버” 덕분에 ‘1박 2일’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형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정준영은 알고 보니 파렴치한이었다. 2015년 말부터 10개월간 여성 10명의 성관계 ‘몰카’를 찍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준영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으로 입건해 정준영은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21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벌였다.
방송계에서는 이미 그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그가 출연해서 문제가 된 황금폰 이야기를 꺼냈던 MBC ‘라디오스타-돌+아이돌' 특집과 ‘올해의 끝을 잡고' 특집은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1박2일’ 측은 아예 방송 및 제작을 중단했다. 정준영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6년 8월, 전 여자 친구에게 ‘몰카’ 혐의로 피소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1박 2일’에는 하차 4개월 만에 복귀한 바 있다. 제작진은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출연 재개를 결정한 점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절친들도 그와 선을 긋고 있다. 손흥민은 정준영은 인스타그램 언팔로잉해 눈길을 끌었고 씨엔블루 이종현 측은 "현재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해당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을 뿐"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그 역시 카카오톡을 통해 정준영과 몰카를 공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카카오톡 상에서 영상을 보거나 여성 비하와 성에 관련한 부적절한 대화를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고 인정했다.
하이라이트 용준형 역시 "2016년 말부터는 정준영과 서로의 안부를 간간히 물어보는 정도의 관계만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 그런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너무나도 쉽고 안일하게 생각하였고 행동하였으며, 여태껏 그런 저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길 수도 있는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묵인한 방관자였습니다"라고 사과하며 팀에서 탈퇴했다.
모두에게 팽 당한 정준영은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전 국민에게 사과했다.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임민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2시간 정도 받고 나왔는데 들어갈 때와 달리 두 손이 포승줄에 묶인 채였다. 자유로운 영혼의 로커이자 방송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그로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심사를 받기 전 정준영은 미리 써놓은 사과문을 읽으며 “저는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다시 한번 저로 인해 고통 받으시는 피해 여성분들, 사실과 다르게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입으신 여성분들, 지금까지 제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제 다음 절차는 정준영의 구속 여부다. 포승줄에 묶인 것도 모자라 수의까지 입게 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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