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본다길래 '왜?' 싶었죠"..유준상 밝힌 #풍상씨 #간 #연기대상(종합)[Oh!커피 한 잔]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9.03.23 10: 50

배우 유준상에게 ‘왜그래 풍상씨’는 어떤 의미였을까. 동생들을 책임지느라 한 평생을 희생했던 맏형의 이야기, 그 이상으로 ‘진심으로 사과를 할 줄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난 14일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감독 진형욱)에서는 이풍상(유준상 분)이 이정상(전혜빈 분), 이화상(이시영 분) 쌍둥이 덕분에 간 이식을 받고 건강해지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풍상은 부모를 대신해 네 남매를 키워냈다. 신용불량자 둘째 이진상(오지호 분), 유일하게 오빠의 어깨를 세워주는 의사 셋째 이정상(전혜빈 분), 노는 거 좋아하고 사치도 좋아하는 정상의 쌍둥이 여동생 이화상(이시영 분), 야구선수를 꿈꿨지만 검은 조직에 휘말리게 된 이회상(이창엽 분)이 바로 동생들. 자식들을 버리고 갈 때는 언제이고 돈이 필요할 때면 찾아와 속을 뒤집는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 같은 인물도 있지만, 간암이 걸린 걸 알고도 끝까지 자신의 편이 되어준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 같은 인물도 있었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 너무 재밌었다. 이런 대본이면 진짜 재밌게 한 번 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모든 역할들이 다 살아있어서 한두 사람을 살리기도 힘든데 많은 인원들을 이렇게 재밌게 잘 구성을 해놨지 생각했다.”
물론 유준상은 타이틀 롤로서 부담감이 없었을 수 없던 상황. 쟁쟁한 경쟁작도 있었고, 첫 회에는 5.9%(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바다. “어깨가 무겁지 않았냐”는 질문에 유준상은 함께 한 배우들이 있어 힘을 냈다고 한다.
“같이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 이 배우들이랑 하면 서로 시기 질투 없이 누군가 혼자 도드라지지 않고 다 조화롭게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침내 마지막 회에서 22.7%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에서는 20%를 넘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작가, 감독님 케미가 좋았다. 연기하다 보면 드러내는 부분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과감하게 드러낼 부분 드러내고 이야기 배치를 바꾸면서 그렇게 했을 때 작가님이 그거에 대해 서운해하지 않고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고 격려해주는 걸 지켜봤다. 작가님의 필력이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처음에는 낮은 자리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고 경쟁작도 함께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게 있는데 작가님이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미니시리즈에서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잘되리라 예측한 사람은 혜빈이 밖에 없었다. 작가선생님의 필력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잘하면 어떤 지점이 되지 않을까 좋은 기대는 했던 거다. 작가 선생님과 감독님이 이전에 하셨던 작품들도 계속 잘 됐던 작품들이라 이번에도 두 분의 호흡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현장에서는 오지호, 이시영, 이보희 배우들이 그 욕먹는 역할 하기 쉽지 않은데 끝까지 자기들이 책임져줬다. 어느 배우 하나 손색 없이 최선을 다해서 한 게 점점 시청자 마음을 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사실 풍상의 인생이 이토록 기구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고구마 하나 끝났더니 더 큰 고구마 한 개 더 먹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답답한 상황에 ‘막장’ 논란도 있었던 것이 사실. “욕하면서 본다는 반응이 서운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유준상은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대해 털어놨다.
“섭섭하기 보다는 우리 드라마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할 때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고 사람과 사람의,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나 그동안 우리가 많이 놓쳤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저도 사실 시청자분들이 보시면서 힘들어하시니까 저도 힘들었다. 풍파 속에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헤쳐나가고, 어떤 과정 속에서 풍상이와 인물들이 서로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지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가 가족들에게 서로 놓치고 있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잘 전달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끝까지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저도 극중 부인한테 힘든 일을 많이 하지 않았나. 제 캐릭터도 마냥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는데 그 이미지를 신경 썼으면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갔을 거다. 진상, 화상도 엄마도 그런 이미지를 신경 썼으면 이 이야기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 버리고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이런 거라고 끝까지 진심으로 함께 한 게 아마 마지막 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준상을 두고 2019년 첫 번째 대상 후보라는 관측도 벌써부터 나왔던 바다. 그만큼 열연을 펼치며 ‘왜그래 풍상씨’를 이토록 흥행작으로 이끈 일등공신임은 분명했다.
“고마운 이야기다. 나머지는 여러분들의 몫이기 때문에.(웃음)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는 것도 감사하다. 일단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이야기니까. 개인적으로 고마웠던 게 KBS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시니까 분위기가 좋으니까 반갑게 맞아주시는 게 느껴졌다. 대본 연습하러 갈 때마다 ‘잘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달려온 풍상씨처럼, 유준상도 꾸준히 작품 활동과 공연을 펼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 ‘왜그래 풍상씨’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기억될까.
“마지막에 풀어놓는 묘미가 너무 좋았다. 제가 마지막 사람들한테 이야기했던 것, 사과했던 지점들,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누구나 다 기억이 다 달랐다. 나는 다 잘해줬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아니었던 거다. 화상이, 진상이 잠깐 혼내고 가둔 게 크게 작용한 거다. 오해인 거다. 나는 다른길로 안 빠지게 하려고 한 거였는데 다르게 생각하고 있던 거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하는데 알고 보면 풍상이가 철학적이고 지혜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과를 할 줄 아는 것, 아무리 배워도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건 지식과 상관없이 마음이 우러나와서 할 수 있는 거다. 깨닫는게 어려운 건데 깨달았기에 변할 수 있는 거다. 변화하는 게 너무 어렵지만 어떤 것들을 깨닫는 순간 변하게 되는 걸 이 작품을 통해서 제 스스로 많이 느꼈다. 그래서 이게 지키기도 어렵고 이렇게 하시라고 말로 해도 고리타분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재밌는 설정으로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줬던 건 배우로서도 좋은 경험이었고 감사한 계기고 고마운 작품이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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