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내 간이라도 주고 싶다'는 반응 고마웠죠…'풍상씨'=화해의 이야기" [Oh!커피 한 잔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9.03.23 09: 31

풍상씨는 드라마가 끝나도 동생들 생각 뿐이었다. 배우 유준상은 종영 후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소감을 묻자 “벌써부터 동생들 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네 명의 동생들 중 실제로도 아픈 손가락 하나 없었다던 맏형 풍상씨의 마음이 여전히 여운처럼 남아있는 까닭이다.
유준상은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감독 진형욱)에서 주인공 이풍상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 유준상이 연기한 풍상씨는 ‘내가 무너지면 내동생들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중년이 되어서도 동생들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커서도 사고만 치는 동생들 걱정 때문이었을까. 극중 간암에 걸린 풍상씨를 표면적으로도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도 했다. 유준상은 “3~4키로 뺀 건데 워낙 많이 안 쪄있던 거라 풍상이 간암 걸린 게 나온 다음부터는 계속 안 먹었다”며 “탄수화물을 안 먹었다”고 설명했다.

본의 아니게도 동시에 방송되던 세 개의 드라마에서 이른바 ‘간 타령’이 나왔다. 간암 환자의 소재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비교와 의식도 됐을 터. 그러나 유준상은 의식하기 보다는 꿋꿋히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한 가족애에 대한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뿐인 내편’ 최수종의 간을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에게 이식해 줘라”라는 한 시청자의 반응도 스태프들에게 전해들었다고. 이에 유준상은 “재밌었다.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시는구나 생각했다. 지나가다가 ‘내 간이라도 주고 싶어’ 하시는 걸 들으면서 되게 고마웠다. 처음에 촬영할 때는 촬영 현장 근처에 아무도 없었다. 회가 거듭할수록 가족분들이 많아졌고 마지막 화 촬영할 때는 공연보듯 사람들이 둘러싸여서 다 같이 봤다. 그래서 미니시리즈인데 잘 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유준상은 맏형 풍상이로서 “만약에 제가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있다면 동생들은 제 자식같은 느낌이 들 것 같다”며 “우리 세대 어머님들, 그리고 제 세대에 느꼈던 정서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전의 정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 선생님이 그런 정서를 끌어오면서 지금 이 시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 시대의 느낌으로 만드셨던 것 같다. 지금 시대에서는 다 같이 밥 먹는 게 없지 않나. 미안해, 고맙다는 이야기도 거의 안 하는 시대다. 풍상이를 통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을, 화해와 사과의 방법을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첫 방송 후 5.9%(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왜그래 풍상씨’는 초반 그렇게 주목 받는 작품은 사실 아니었다. 동시간대 쟁쟁한 경쟁작도 있었기에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바. 그러나 점점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며 순간 시청률이 급등해 마지막 회에서는 2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준상은 “풍상이는 자기가 모자란 부분을 솔직하게 말한다. 철학적인 현자의 마음으로 말할 때가 있다. 아무것도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이지만 부끄럼 없이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많이 배운 사람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게 있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작가 선생님이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답답했던 부분이 마지막회를 통해서 해소되고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비결을 전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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