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정일우가 온몸을 내던진 열연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정일우는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연출 이용석)에서 왕의 자질을 타고났지만 결코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 분) 역을 맡아 시청자와 마주하고 있다. 이금은 ‘해치’의 중심이자 주인공. 그만큼 많은 분량을 소화하고 있는 정일우는 분량 못지 않게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해치’를 든든하게 이끌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해치’ 25~26회에서는 이 같은 주인공 이금의 존재감이, 이금을 그려내고 있는 배우 정일우의 연기가 돋보였다. 이금이 역대급 위기에 처하면서, 이 처절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정일우가 온몸을 내던진 열연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날 이금은 밀풍군(정문성 분)이 놓은 덫에 걸리고 말았다. 밀풍군은 현왕인 경종(한승현 분)과 이금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거짓 상소를 꾸몄다. 이 상소는 경종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세제인 이금의 대리청정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금은 이 같은 상소가 올라왔다는 것조차 몰랐지만, 평생 자리에서 쫓겨날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경종의 마음은 폭풍처럼 흔들렸다.
이금 입장에서는 자칫하면 역모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는 상황. 경종의 편에 서있던 소론은 다들 이금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금의 스승들조차 이금을 온전히 믿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뿐만 아니라 이금을 돕던 거리의 왕 달문(박훈 분)조차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금에게 역대급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이금은 석고대죄에 들어갔다. 땅바닥에 무릎 꿇은 이금은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경종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앞서 이금은 경종을 지키고자 세제 자리를 내걸었으며, 경종의 왕권을 세우고자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경종도 아우 이금을 믿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런 형제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금은 나락으로 떨어진 듯 처절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정일우는 온몸을 내던진 열연으로 이 같은 이금의 감정을 화면 속에 오롯이 담아냈다. 석고대죄 초반 강렬한 눈빛과 표정을 보여줬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리하고 수척해지는 얼굴, 흔들리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이금의 상황 변화를 표현했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깊어지는 이금의 감정도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그만큼 시청자는 이금의 상황에, 이금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금이 석고대죄를 하면서도 밀풍군을 몰아붙인 장면도 놓칠 수 없다. 정일우는 강력한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한 것은 물론, 상대 배우와 팽팽한 힘의 케미스트리까지 선보이며 화면을 장악했다. 정일우의 에너지와 존재감에 빨려 들어간 시간이었다. 정일우의 온몸 내던진 열연을, 정일우의 막강한 존재감을, 배우로서 정일우의 성장을 볼 수 있어서 시청자는 ‘해치’가 계속 궁금하다. /parkjy@osen.co.kr
[사진] '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