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풀 데드, 킹 크림슨, 펑카델릭, 팔리아멘트, 존 레논, 비틀스, 노이즈가든, 스테판 비숍, 스틸리 댄, 마이클 프랭크스, 래리 칼튼, 윤상, 테임 임팔라... 이 끝없이 등장하는 레전드 뮤지션들은 이들의 꿈이었고 롤모델이었으며 창작지침이었다. 가사에 ‘Standard for music, like a DAN’이라는 대목까지 집어넣었다. 최근 정규 1집 ‘If We Live Without Romance’를 낸 밴드 더보울스(The Bowls) 이야기다.
더보울스를 만났다. 5명의 멤버 중 리더 서건호(보컬 기타)와 박준성(기타)만 인터뷰 자리에 나왔다. 윤현섭(베이스 트럼펫), 이학수(드럼), 임성현(건반)은 학교에 갔다고 한다. 중학교 동창들이자 이제 20대 중반인 더보울스의 인터뷰, 스타트.
= 반갑다. 더보울스, ‘그릇들’이라는 뜻 아닌가. 흔한 팀이름은 아니다.
(박준성) “팀을 결성한 것은 2013년 고 2때였다. 그 때 이름이 뚝배기들이었다.”
= 멋진 이름이 많았을텐데.
(서건호) “멋진 것으로 하고 싶었다. 영어단어 1000개를 올려놓고 찾아봤지만 의미도 없고 멋도 없었다. 그때 준성이 누나가 그냥 뚝배기들이라고 하라고 했다. 저나 준성이나 둥글둥글하게 생겼으니까 잘 어울린다고 했다. 2015년 10월 데뷔싱글을 내면서 더보울스라고 바꿨다.”
= 좋다. 각자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박준성) “96년생으로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기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학예회에 나가라고 해서 그때부터 배웠다.”
(서건호) “2015년에 한양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가 재미가 없어서 2주만에 그만뒀다.”
= 멤버들 모두 중학교 동창이라고 들었다.
(박준성) “성산중학교 동창들이다. 저는 2010년 2학년 때 전학을 왔다.”
(서건호) “중학교 때 보컬로 밴드부에 들어갔다. 그곳에 1년 선배 (윤)현섭 형이 있었고, 2학년이 되니까 준성이가 밴드부에 들어왔다. 기타를 엄청나게 잘 쳤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나도 기타를 배웠다.”
= 오, 로다운30의 백업 기타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로다운30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 서건호는 2017년 3월 로다운30(윤병주 김락건)의 정규 3집 활동 때 백업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다. 더보울스의 정규 1집 수록곡인 ‘Standard’에는 로다운30의 기타리스트 윤병주가 기타 솔로로 피처링했다.
(서건호) “중학생 때 로다운30의 공연을 봤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찾아보니까 윤병주가 한국 기타리스트 중 최고였다. 그런 사람의 공연을 봤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그 때부터 저와 준성이는 로다운30의 열렬한 팬이 됐고, SNS 등을 통해 열심히 팬 활동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윤)병주 형이 제가 고등학생 때 녹음한 곡을 찾아 들어볼 정도로 눈여겨 보셨다고 한다. 그렇게 하다 로다운30 3집 활동 때 참여하게 된 것이다.”
= ‘Standard’ 피처링 섭외는 어떻게 했나.
(서건호) “이 곡은 무조건 병주 형 연주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락 드린 것이다.”
= 기타는 어떤 것을 쓰나.
(서건호) “깁슨과 펜더도 있지만 가장 많이 쓰는 것은 한국 제품인 물론이다. 물론 사장님이 빈티지 악기 느낌을 갖고 만드신 것인데, 소리가 너무 좋다.”
(박준성) “저는 펜더 69 커스텀 샵을 쓴다.”
= 서건호와 박준성은 동기, 윤현섭은 1년 선배다. 이학수와 임성현은 어떤 관계인가.
(서건호) “고2 때 뚝배기들 결성 당시 멤버는 저와 준성, 현섭 형, 그리고 1년 후배, 이렇게 4명이었는데 그 동생이 나가고 들어온 사람이 (이)학수 형이다. 학수 형과 현섭 형은 95년생 동갑이다. 이후 (임)성현 형이 나중에 들어와 5인조가 됐다.”
= 임성현은 2017년 12월에 나온 싱글 ‘Standard Carol’ 때부터 합류한 것인가.
(서건호) “맞다. 임성현 형은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형이었는데, 당시는 뭔가 사운드를 풍성하게 해줄 키보디스트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편곡에서도 어려움이 있었고, 라이브 때 건반이 있으면 좋을 것도 같았다. 그래서 앞서 발표한 ‘Jamernize4’에서 (객원) 키보드 연주를 해줬던 임성현 형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형도 마침 제대를 해서 ‘잼이나 해볼까’ 하면서 합류하게 됐다. 아, 그 형은 같은 동네에 있는 성서중을 나왔다.”
#. 더보울스의 디스코그래피는 다음과 같다.
2015년 10월21일 EP ‘The Ballad Of Bowlin’ Bowls’
2015년 12월29일 싱글 Jamernize4
2016년 3월23일 싱글 ‘The Bowls Studio Live 2016’
2017년 1월23일 EP ‘Well, Well? Well!’
2017년 12월18일 싱글 ‘Standard Carol’
2018년 4월26일 싱글 ‘Plagiarism’
2019년 3월2일 정규 1집 ‘If We Live Without Romance’
=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을 들어보니, 외국 레전드 뮤지션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서건호) “기타를 배우면서 외국 팀들 공연을 많이 봤다. 더 큰 세계가 있더라. 고등학생 때는 정말 이들의 음악만 들었다.”
(박준성) “외삼촌이 외국인이라서 어렸을 때부터 외국 뮤지션들 음악을 많이 들었다.”
= 2015년 데뷔싱글은 어떻게 내게 됐나.
(서건호) “뭐라도 내야 할 것 같았다. 아는 사람들한테 알음알음 부탁해 만들었다. 그림 그리는 형한테는 앨범 재킷 그림 좀 그려달라고 했고, 로다운30의 엔지니어 형한테는 녹음을 부탁했다. 레이블 없이 자체 제작했다.”
= 이제 1집 이야기를 해보자. 재킷은 누구 작품인가.
(서건호) 데뷔 EP 때 그림 좀 그려달라고 부탁했던 형(이한수)이다. 앨범 데모를 들려드렸더니 이렇게 해주셨다. 해체됐던 서커스단이 모여 새로운 일을 벌이는 느낌의 재킷이다.”
(박준성) “그 형이 데뷔 EP 때부터 저희 앨범 재킷을 다 맡아오셨다. 재킷에서 등 돌린 사람이 그 형이다.”
=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었나.
(서건호) “웰메이드 팝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전에 나온 앨범들을 들어보면 록밴드로서 음악적 허세도 있었지만, 결국 남는 음악은 팝인 것 같더라.”
= 앨범 타이틀 ‘If We Live Without Romance’는 무슨 뜻인가.
(서건호) “타이틀에 들어간 로맨스는 ‘사랑’보다는 ‘낭만’으로 받아들이시면 좋겠다. 제 또래 음악을 안하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너무 현실적이다. 꿈이 없다. 이 앨범 듣는 동안에는 낭만적인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이런 뜻이다.”
= 앨범 트랙리스트를 보니까 피처링 곡들이 눈에 띈다. 피처링 뮤지션들과 인연이 궁금하다.
#. 더보울스의 정규 1집 수록곡은 다음과 같다. 1. Plagiarism 2. Shy 3. Car 4. Drive 5. Tidy 6. Cosmos 7. Standard(feat. 윤병주(로다운30)) 8. Daisy(feat. 홍갑) 9. Candle(feat. 최웅희(실리카겔)) 10. Flash of Love : feat. 성진환 11. Melody of Love 12. 엄마 13. 봄의 끝에서
(서건호) “병주 형 이야기는 아까 했고, 홍갑 형은 그 형이 라이브할 때 제가 밴드 셋에 선다. 이 곡은 아예 홍갑 형을 위해 만든 곡이다. 홍갑 형과 지방 투어도 계획 중이다. 최웅희 형은 윤현섭 형과 대학 동기이고, 임성현 형과는 고등학교 동기다. ‘형, 한 곡 하셔야죠?’ 했더니 ‘좋지’라고 해서 성사가 됐다. 성진환 형은 스윗소로우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그 형이 항상 ‘너는 사랑 노래를 써야 한다’고 했고, 이 곡(Flash of Love)은 꼭 성진환 형이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흔쾌히 참여해주셨다.”
= 3곡만 같이 들어보자. 어떤 곡을 들으면 되나.
(박준성) “Tidy, 타이틀곡인 Cosmos, 윤병주 형이 참여한 Standard, 이렇게 들으면 될 것 같다.”
= 좋다. ‘Tidy’는 어떤 곡인가.
(박준성) “사실, 이 곡은 건호가 처음 가져왔을 때 많이 의아했던 곡이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게 밝고 그런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듣다 보니 지금은 가장 좋다.”
(서건호) “멤버들이 싫어할 것 같았지만, 앨범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이 곡은 학교를 그만두고 생각이 많았을 때 썼다. 완성되는데는 한 시간밖에 안 걸렸다. ‘그대 밝은 미소’라는 대목이 떠오르자 가사가 좌악 나왔다. 힘들 때 이 음악을 듣고 마음이 정리되면 좋겠다. 그래서 제목이 ‘Tidy’(단정한)이다.”
= ‘Cosmos’에서 들리는 이 목소리가 본인 목소리인가.
(서건호) “그런 소리 많이 듣는다(웃음). ‘Tidy’와 ‘Cosmos’는 제가 힘들 때 나온 곡이다. 애들은 다 군대에 갔고, 저는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안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를 이겨내려고 만든 곡이다. 멜로디는 고등학생 때 만들었다. 코스모스는 우주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꽃 이름이기도 하다. 어쨌든 더보울스 초창기에 ‘블루스 록 밴드’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기타리스트로서 (블루스 록을) 짚고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완전 틀어서 곡을 만들었다.”
(박준성) “요즘 힙합적인 요소도 많이 넣었다.”
= ‘Standard’는 후반부에 나오는 윤병주 기타 솔로가 역시 압권이다. 음이 상당히 두텁다.
(서건호) “이 곡은 맨끝만 들어도 된다. 누가 들어도 윤병주다. 이 곡은 돈만 벌려는 밴드들을 향한 외침이다. 똑바로 하라는 것이다.”
(박준성) “저희도 많이 부족하지만, 홍대 인디밴드들이 스탠더드에 맞지 않게 너무 하나만 보고 쫓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름(스틸리 댄)을 집어넣어 ‘standard for music, like a DAN’이라고 한 것이다. (2017년 12월에 처음 싱글로 발표됐던) 이 곡은 저희 모두를 성장하게 만든 곡이다.”
= 공연 계획은 잡혔나.
(박준성) “5월3일 롤링홀에서 단독공연이 있다.”
(서건호) “아직 공연 타이틀은 정하지 못했지만 아마 ‘Cosmos’가 될 것이다. 피처링해주신 분들도 모두 나올 것이다. 게스트도 한 팀 있을 것 같다.”
(박준성) “아까 말한 대로 홍갑 형과 4월이나 5월에 지방 투어도 할 계획이다.”
= 더보울스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서건호) “음악적인 것보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한 팀이니까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서 록밴드로서 기백을 잃지 않으면서 저희만의 색채를 녹여내는 팀이 되고 싶다.”
(박준성) “우리 음악이 뚝배기 안에 들어간 음악 같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서건호라는 친구가 혼자 고민을 많이 하는데, 멤버들도 더 발전하고 열심히 해서 더 맛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뚝배기불고기를 먹어보면 불고기도 맛있고 당면도 맛있듯이.”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 = 더보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