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나 윤지오 씨처럼 열심히 싸우시는 분들을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배우 이매리가 대학원 재학 중 함께 수학한 학계, 방송계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성추행과 학교 폭력을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이매리는 26일 정의연대 등의 시민단체와 함께 4월 중 기자회견을 예고하며 화제를 모았다. 과거 학계 및 방송계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겪은 성희롱과 학교 폭력의 피해를 고발하겠다는 것. 이매리는 OSEN과의 전화 통화에서 기자회견에 임하는 심경과 계기 등을 털어놨다.
그는 "제가 작년에 종합편성채널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에 출연해 과거 SBS 드라마 '신기생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털어놓지 않았나. 그런데 당시 방송에 제가 말한 피해 내용이 상당히 축소됐다.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제작사 위주로 편집됐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풍문쇼' 이후 새로운 피해를 고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실제 이매리는 지난해 6월 '풍문쇼'에서 '신기생뎐' 촬영 당시 역할을 위해 사비로 오고무를 배웠으나 방송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그로 인해 부상까지 얻어 이후 방송 활동에 차질이 생겼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제작사로부터 제대로 된 피해를 보상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이매리는 드라마 이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중, 동기로 있던 언론 및 방송 고위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피력했다가 조롱당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대학원 수학 도중 부친상을 당했으나 당시 대학원 동기들로부터 "아버지 언제 돌아가시냐"는 폭언까지 들어야 했다고.
이매리는 "'풍문쇼'가 방송되고 나서 당시 드라마제작사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신기생뎐' 제작사로 입은 피해를 제작사 협회 차원에서 보상해주겠다고 하더라. 당시 3천만 원 정도를 보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보상을 해주겠다는 게 아니었다. 대학원에서 당한 일을 언급하지 말라면서 입막음 용으로 주겠다고 한 거였다"고 했다.
그는 "그 사람이 도리어 제게 대학원 최고위에 방송이나 언론 관계자가 누가 있었냐고 따지더라. 심지어 그런 얘기를 안 하면 다시 방송도 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생각에 당연히 돈도 받지 않았고 거절했다. 여전히 저는 제대로 사과받지 못했고 해결된 것도 없는데 지금 그분은 정계에서 위원장까지 하고 있더라"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이매리는 "학계나 방송계나 연세대학교 대학원 최고위원회 인물들이 갖는 권위가 상당했다. 술 시중을 드는 성추행은 가벼운 것에 속했다. 저부터가 대학원 최고위 회식자리에서 술 시중을 드는 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성희롱적인 발언도 예사였다"며 "저는 이게 단순히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만이 아니라 학내 권력관계에 의한 학교 폭력 차원에서 회자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부당한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학내에서 왕따가 되는 구조와 상황이 문제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앞서 '미투' 운동을 시작한 서지현 검사님과 고(故) 장자연 사망 사건에 얼굴까지 공개하며 증인으로 나선 윤지오 씨를 보고 많은 용기를 얻었다. 저는 여전히 부친 기일만 되면 아버지의 병과 죽음을 조롱하던 대학원 사람들의 목소리가 떠올라 괴롭다. 여전히 달라진 게 없어 속상하기도 하다. 그런데 서지현 검사나 윤지오 씨는 저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지 않았나. 그렇게 열심히 싸우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도 용기를 얻었다. 그분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매리는 개인 일정으로 인해 카타르에 머물고 있다. 그는 4월 초 한국으로 귀국해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채널A '풍문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