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이 6점차 뒤진 9회말 2사 후 상대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자 투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7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벌금 징계'를 내렸던 KBO는 이번에는 '징계거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투수 교체는 경기 내용적인 부분이다. KBO가 나서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감독의 선수 운영이다. 룰을 어긴 것도 아니고 단지 매너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도적적인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징계거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벌금을 준 것을 안다. 지금은 글쎄...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26일 열린 한화-KIA전에서 KIA는 7-13로 뒤진 9회 2사 1루에서 황대인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 때 한화는 이태양을 내리고 마무리 정우람을 구원 투수로 올렸다.
그러자 KIA 벤치는 타석에 들어서 있던 황대인을 빼고 '투수 문경찬'을 대타로 내세웠다.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의 문경찬은 방망이만 들고 있을 뿐 칠 의지가 없었다. 정우람은 스트라이크 3개를 던져 삼진을 잡고 경기는 끝났다.
경기 후 한용덕 한화 감독은 "정우람은 개막 후 실전 등판 기회가 없어 점검차 등판시켰다"고 말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멘트를 하지 않았다.
2012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LG 감독이던 김기태 감독은 SK와의 경기에서 9회 2사 후 투수를 대타로 기용했다. LG가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에서 SK가 이재영을 내리고, 마무리 정우람을 올렸다. 김기태 감독은 박용택 대신 투수 신동훈을 대타로 기용했고, 공격 의사가 없는 신동훈은 삼진을 당했다.
당시 KBO는 김기태 감독에게 규약 제168조에 의거, 벌금 500만원과 엄중 경고의 제재를 부과하는 징계를 내렸다. '승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소홀히 하여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스포츠정신을 훼손시켰다'는 이유였다.
당시 김 감독은 "SK의 불펜 운영이 우리를 기만한다고 생각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살리고 다시 죽여 놓는게 아닌가 싶었다”며 “우리 선수들 전원에게 상대가 우리를 얼마나 약하게 생각하길래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는지 잘 생각하라고 강조했다”는 말도 했다. 당시 상대에 대한 불만과 선수단 내부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투수 대타'를 기용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