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방송, 소속사 운영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인 윤종신이 이번에는 영화의 제작자로 나섰다. 평소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관심을 보여왔던 그가 단편영화를 기획한 것이다.
더불어 2008년 가수로 데뷔한 아이유가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 출연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됐다. 하지만 스크린이 아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영화 배우로서 서게 됐다. 뮤지션을 넘어 이제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는 중인데, 영화배우로 나선 그녀가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넷플릭스 옴니버스 단편영화 ‘페르소나’(감독 이경미・임필성・전고운・김종관,제공 넷플릭스, 제작 미스틱, 공동제작 기린제작사)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페르소나’는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등 4명의 영화감독들이 페르소나가 된 가수 겸 배우 아이유(이지은)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4개의 단편 영화 묶음이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주인공 아이유와 각본・연출을 맡은 임필성 감독, 전고운 감독, 김종관 감독, 그리고 가수 겸 작곡가이자 제작자 윤종신이 참석했다. 차기작 연출 중인 이경미 감독은 스케줄 탓에 불참했다.
‘페르소나’는 내용과 장르가 완전히 다른 네 편으로 이뤄져 있다. 러닝타임은 각각 20~30분 가량된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는 테니스 코트 위 두 여자의 불꽃 튀는 승부를 담은 작품이다.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모든 걸 바칠 만큼 매혹적인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유분방한 아이유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녀 때문에 애태우는 배우 박해수가 신선한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는 전언.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는 키스마크 때문에 아빠한테 머리카락이 잘린 채 집에 갇힌 친구를 구출하는 엉뚱 발랄한 여고생 이지은의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이별한 연인과의 슬프고 아름다운 밤 산책을 다룬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이지은은 한 남자의 꿈에 나타난 옛 연인을 연기한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흑백 사진 속 외로워 보이는 아이유와 슬픈 분위기가 피어오르는 밤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도 섬세함을 찾아내는 김종관 감독의 연출과 이지은의 감성, 그리고 배우 정준원이 만나 그려진 ‘밤을 걷다’는 꿈 속 산책 풍경을 통해 보는이들의 외로움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개성과 매력이 다른 네 감독, 그리고 그들의 기획의도를 간파한 아이유의 연기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아이유는 “드라마와 비교해 (영화는)제한이 적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신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제가 스크린 데뷔를 넷플릭스로 하게 됐다. 단편영화는 스크린에 올라가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들었는데,제가 넷플릭스라는 좋은 플랫폼을 만나서 대중이 오래오래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남겼다는 점에서 아주 행운인 거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아이유는 네 편에서 각각 아빠(김태훈 분)의 애인(배두나 분)과 테니스 치는 딸, 아빠에게 복수를 꿈꾸는 절친 혜복(심달기 분)을 돕는 한나, 남자 정우(박해수 분)의 여자친구 은, 옛 남자친구 K(정준원 분)와 꿈속에서 만난 여자친구 지은 역을 맡았다.
윤종신은 가수로서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10년여 간 이어오고 있으며, 예능인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음악이나 예능뿐 아니라 영화에 대한 애정도 꾸준히 밝혀왔던 그가 대표로 있는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첫 작품 ‘페르소나’를 4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
“‘페르소나’는 이지은이 첫 번째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계속 할 거 같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배우가 정해지고 연출할 여러 감독님을 만나는 것, 또 다른 방법은 감독님들이 먼저 정해지고 주연배우가 정해지는 방법이 될 거 같다"며 “‘페르소나’는 이지은을 먼저 정했는데 감독님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다 '좋다'고 해줬었다(웃음).”
기획자로서 나선 윤종신은 감독의 개성과 영역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출발은 창작자가 우선이다. 여러 가지 조건에 자신들만의 창작품이 마모되거나, 만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걸 보면서 아쉬웠다. 저는 이 시리즈가 짧지만 감독님들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싶었다. 저는 지금 당장 속편이 나온다는 말을 확신할 정도로, 시리즈(시즌2)로 갈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종신은 쉽게 말해 '돈이 되는' 상업적인 작품을 지향하기 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내놓아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제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6~7년째 운영하고 있고 다른 가수의 앨범을 기획하는 일을 20년째 하면서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라는 것이었다. 근데 어느 순간 거기에 답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이걸 좋아하는데 남들도 좋아하게 만들어볼까?'가 내 주된 화두다. ‘이건 안 된다’는 마인드로 가능성을 제거하다 보면 그저 콘텐츠 업자가 될 뿐인 거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