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두려워 잠적도"..소녀시대 아닌 배우 수영의 서른살과 고민(종합)[Oh!커피 한 잔]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3.28 19: 32

수영이 한일합작 영화로 돌아왔다. 첫 스크린 주연작이자, 최근 일본에서도 시사회를 마쳤으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카페공드리에서는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 주연 수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감독 최현영, 배급 트리플픽쳐스·리즈필름, 제작 영화사조아·시네마스코레·에코글로벌그룹)은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젊은 날, 누구나 한번 쯤 겪게 되는 인생의 막다른 길에서 또 다른 만남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며, 소녀시대 수영과 일본 배우 타나카 슌스케가 주연을 맡았다. 

극 중 수영은 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여행객 유미 역을 맡았고, 일본 배우 타나카 슌스케는 유미가 머무는 카페 엔드포인트의 점장 니시야마를 연기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분에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바 있으며, 지난 2월에는 일본 나고야, 도쿄 등지에서 먼저 개봉됐다. 
2002년 걸그룹 소녀시대로 데뷔한 수영은 가수 활동을 비롯해 연기 활동도 병행했다. KBS2 일일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을 시작으로 드라마 '제3병원', '연애조작단; 시라노', '내 생애 봄날', '38 사기동대', '알 수도 있는 사람', '밥상 차리는 남자' 등에 출연했다. 올해는 영화 '걸캅스' 개봉도 앞두고 있다.
개봉 날짜가 다가오니까 실감이 난다는 수영은 "내가 영화 속 유미처럼 현실 감각이 없다"며 "두렵고 떨리는 기분이 동시에 든다. 일본에서는 연기를 한 적이 없어서, 소녀시대 수영으로 보시더라. '언제 다시 무대를 볼 수 있냐?'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서 질문해주셨다. 솔직히 일본보다 한국에서 공개되는 게 더 떨린다. 한국에선 시사회 때 동료 연예인들이 와주고, '내가 했던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하니까 더 실감되더라"고 밝혔다. 
수영은 "원래 영화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었다. 소녀시대 데뷔 전부터 영화 오디션을 진짜 많이 봤는데, 다 떨어졌다. 그러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을 만나 의미가 있었고, 한일합작 작품이라는 점도 좋았다. 어릴 때, 일본에서 데뷔를 했고, 일본어가 세컨드 언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본에서 연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단지 주연이라는 부담감으로 놓치기엔 아까운 영화였다"고 말했다.
오디션에 떨어진 이유를 묻자, 수영은 "연기력도 부족했고, 가수 이미지도 강했던 것 같다. 내가 떨어진 작품이 나중에 개봉했을 때, 그 역할을 하는 배우들을 보니까 정말 그 캐릭터처럼 보이더라. 속상하지만 '음~ 오케이, 인정!'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테 영화라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떨어졌던 기억들을 발판 삼아 다시 노력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수영은 2017년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다니엘 헤니가 있는 에코글로벌그룹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소속사 측은 연기 활동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소녀시대 활동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경험과 지식으로 다시 소녀시대 데뷔 때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느냐?"라는 질문에 수영은 "그때는 정말 내 한 마디가 영향 있을지 몰랐고,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그냥 되는대로 열심히 했는데, 내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 채로 살았다. 한 마디로 여우같지 못한 게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대중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길 원하는 걸까' '수영은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원하는 정답이 있는 걸까 싶었다. 내가 그 정답에서 벗어난 말을 하면 싫어하나 고민했다. 어떻게 보면 계속 사랑 받으려고 애썼고, 그게 두려워서 잠적 아닌 잠적을 했다. 남들의 평가가 두려워서 쉬기도 했으니까. 다시 돌아간다면 차라리 더 계산적인 사람이 돼보면 어떨까 싶다"고 답했다.
1990년생인 수영은 올해 서른살이 됐다. 서른을 앞두고 굉장한 고민에 휩싸였지만, 막상 닥치니까 별게 없었다고.
그는 "바뀐 건 하나도 없더라.(웃음) 그동안 내가 '30대'라는 숫자에 동화같은 프레임과 멋진 필터를 씌운 것 같다.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후배들한테 밥을 사는 멋진 선배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고, 여전히 인정 받고 싶어하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완성된 목표가 아니다.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모든 게 쉬워졌다. 서른이 되기 전에 커리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면, 서른이 돼도 여전히 성장한다고 느끼니까 이것저것 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수영은 "삶을 살아오면서 감사하게도, 모진 풍파없이 살아왔다. 예전에는 흉측한 뉴스가 나오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나?' 그랬는데, 이제는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생각하는 친구로 바뀌었다.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저런 말을 할까'라는 시선으로 변했다. '어떤 사람은 날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어'라고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방송이나 어디 나와서 하는 말을 누구나 좋아할 수 없고,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모두가 공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해명하는 삶을 살아왔다. 이제는 '나는 나야'라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요즘 느끼는 것은,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정답을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덴티티가 각자 있고, 대중들도 각자의 색깔을 유별나게 보지 않고 '멋있다'고 보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날 왜 이렇게 싫어하지? 악플이 달리지?' 생각했는데, 지금은 유연한 시각으로 바뀐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수영은 12년째 우정을 이어온 소녀시대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영은 "원래 내 인간관계가 굉장히 좁은 편이다.(웃음) 영화 시사회 때 소녀시대 멤버들이 와준 걸 보고 내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후회하지 않았다.(웃음) 기본 10년 넘게 해 온 멤버들이고, 연기를 하는 친구들과는 여자로서도 같이 고민을 할 수 있다. 어제도 티파니와 새벽 1시까지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일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고민도 했다.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접한 소녀시대 멤버들의 반응을 묻자, 수영은 "연기와 영화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우리 멤버들은 계속 '오! 무비스타!', '주인공이면 됐다', '오 영화 배우 주인공'이라고 하더라. 환호성만 질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수영은 "내 미래를 꿈꿨을 때, 혼자 서있는 모습은 아니다. 혼자서 배우로 상을 타고, 눈물을 닦으며, 좋아하는 그런 모습은 아닐 것 같다"며 "소녀시대 완전체 무대가 당장 계획은 없지만 모두 뜻은 있어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연기도 하고 늘 멤버들이 옆에 있을 것 같다. 소녀시대 멤버들과 함께 콘서트를 하는 모습일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수영은 최근 고민에 대해 "가수 출신이 아니어도 배우로 선택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사실 아이돌 출신이라서 기회가 많고, 그게 사실이면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 출신이기 때문에 절대 안 되는 역할도 있다. 감독님과 제작자 분들이 '꼭 배우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까지 폭 넓게 선택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이다. 가수지만 배우로 활약하는 임시완, 도경수처럼 배역과 연기는 결국 본인이 뛰어넘어야 되는 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오는 4월 4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에코글로벌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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