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연극 데뷔"..권유리, '앙리할아버지'로 이룬 기특한 도전과 성장 [Oh!쎈 리뷰]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9.04.01 10: 15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남녀 간의 사랑이 있고,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있다. 친구와의 우정이 가져오는 사랑이 있을 수 있으며, 반려견 혹은 식물들과도 교감을 나누며 사랑을 한다.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보편적이지만 특별하고 가치 있는 '사랑'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앙리 그리고 나, 콘스탄스다. 
소녀시대 유리(권유리)는 지난 15일 개막된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콘스탄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까칠한 성격의 고집불통 앙리 할아버지(이순재/신구 분)와 꿈을 찾는 호기심 많은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유리는 이 콘스탄스 역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그간 드라마 '패션왕',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피고인', '대장금이 보고 있다', 영화 '노브레싱'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꾸준히 활약해왔지만,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드라마와 영화와는 달리 모든 배우들간의 긴밀한 호흡이 중요하고, 그래서 더 많은 연습 기간이 필요한 연극 무대를 선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관객들 앞에서 2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은 많은 배우들이 부담과 긴장을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연기력 뿐만 아니라 발성, 호흡, 애드리브나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의 연극 도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는 유리는 특히나 상대 배우가 이순재, 신구라는 범접할 수 없는 대선배이기 때문에 더더욱 연기 연습에 매진, 구슬땀을 흘렸다는 설명이다. 이 덕분에 유리는 호기심 많고 밝은 기운이 넘쳐나는 콘스탄스라는 인물을 사랑스럽게 표현해냈다.
괴팍한 앙리 할아버지의 구박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세입자로 살게 된 콘스탄스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파리로 올라온 인물. 대학교 1학년만 3년째. 이미 오래 전에 피아노를 그만 두고, 꿈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콘스탄스는 앙리 할아버지를 만나 자신을 묶어둔 말뚝을 뽑고 진정한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유리는 철없던 소녀에서 조금씩 앙리 할아버지가 제시해주는 삶의 방향과 용기 덕분에 조금씩 성장해가는 콘스탄스를 유연하게 연기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연극 무대가 아직은 익숙치 않아서 극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열연으로 극적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물을 마시다 기침이 나오는 돌발적인 상황도 다년간의 활동으로 다져진 센스로 매끄럽게 모면, 오히려 연극 관람의 묘미를 전하기도 했다.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디테일을 살린 깨알같은 표정 연기와 동작들도 인상적이다. 유리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 역시 이 극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앙리 할아버지의 '삶이란 성공과 실패로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건 우리가 사랑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느냐인 것, 자신을 묶어두던 말뚝을 뽑아버리면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라는 대사에 담겨져 있다. 또 끊임없이 내뱉던 "감기 조심해라"라는 말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앙리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창 밖을 내다보는 유리의 애틋한 표정은 이 대사들과 맞물려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오는 5월 12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parkjy@osen.co.kr
[사진] 파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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