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안, 이 남자의 이름을 수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단지가 되고 싶었던 소녀팬들에게는 여전한 '토니 오빠'이며, 신분 확인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안승호'라는 본명으로 통한다. 연예인 선배, 동료들에게는 '토니야', 연예인 후배들에게는 '선배님'이다. 최근 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은 '대표님'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아카데미를 비롯해 직접 관여하고 챙기는 사업만 해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대표님' 토니안은 회사에 관한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정도로 꼼꼼한 '디테일 보스'이자, 직원들과 그들의 선택을 믿어주는 '인과 덕이 넘치는 유비형 보스'. '문제적 보스', '인간이 왜 그래' 등 관찰 예능에서는 '대표님'으로 완벽한 토니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6년차 사업가인 토니안은 '무대 위의 오빠' 토니안과는 또 달랐다. 사업의 본질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토니안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결국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을 사업을 통해 모색하고 있는 토니안. 무한대의 에너지를 원료로 열정을 끊임없이 태우는 토니안, 우리가 몰랐던 '대표님' 토니안을 소개한다.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하루가 36시간이라도 부족할 것 같다.
매일 다르다. 방송 촬영이 있는 날은 촬영을 한다. 촬영이 없는 날은 점심쯤 회사에 출근을 한다. 스테이지 631은 아카데미다 보니 아카데미 같은 경우는 업무 시간이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차에서 점심 먹으면서 회사에 오고, 도착한 후 엔터 회의 아카데미 회의를 한다.
Q. 대표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당연히 매출이다(웃음). 사업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매출이 우선이다. 사업마다 고민하는 게 다 다르다. 엔터의 경우에는 배우들이 좋은 작품에 들어갈 수 있나, 좋은 방송을 할 수 있나 고민한다.
Q. SNS에 열정적으로 소속 연예인들을 홍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이 대부분 신인들이다 보니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 현재 다행히 배우들도 일을 하고 있고, 초기 목적을 달성을 한 상태다. 다른 사업이나 아카데미도 그렇고 조금 마음은 놓인다. 하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Q. 16년차 사업가다. 사업에 도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마흔이 넘어가면서 일 욕심이 심하게 생겼다. 주위에서도 말하지만 저는 확실히 워커홀릭이다. 저는 그냥 일을 하는 것뿐이고 익숙한데, 주위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하냐고 한다. 점심도 차에서 먹는다고 그러는데 사실 그게 효율적이다. 이동시간에 뭔가를 해야 일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사실 저는 차에서 뭔가를 먹는게 익숙하다(웃음). 데뷔 때부터 생각해보면 차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이제는 편하다.
Q. 일 욕심 외에도 40대 전후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일 크게 변한 건 체력이다(웃음). 그런데 30대에 슬럼프가 오면 극복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40대에 슬럼프가 오면 노하우가 생긴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이 생겨서 그건 좋다. 30대까지만 해도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해 본 적은 없다. 사실 멀리 보는 편이 아니다. 오늘 열심히 살면 미래는 보장된다는 주의다. 그런데 보통 사업하시는 분들은 미래에 대한 5년 건설, 3년 건설 이렇게 있지 않나. 저는 살다 보니까 그건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날씨도 비오는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는데 저희가 그걸 다 알고 사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고가 유연해졌다. 어떤 목적보다는 오늘을 열심히 살자고 생각한다. 전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는데, 매일 벽돌을 쌓는 거다. 매일 벽돌을 쌓다보면 몇년 후에 집이 완성돼 있을 거다. 예전에는 오늘 쉬고 벽돌 세개 쌓지, 그런 날도 있었는데 이제는 매일 벽돌을 하나씩 쌓는다.
예전에는 슬럼프가 오면 혼자 고민했다. 혼자 처박혀 있는다든가. 그런데 이제는 슬럼프 자체를 일로 극복한다. 일에 대한 희열이 있다. 사실 슬럼프가 오면 무기력해 지는 경우가 많다. 자꾸 집에만 있고 싶고. 그런데 고민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제일 빠른 해결책이다. 조금 힘들어도 술도 한 잔 하고, 얘기도 나누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열심히 살아야지, 한다.
Q. 예전부터 인터뷰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한다. 토니안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단순한 단어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 않나. 경제적인 게 행복일 수도 있지만, 저는 감성적인 행복이 행복이다. 제가 느끼는 행복은 돈은 절대 아니다. 해봤다. 많이 벌어봤고, 지금도 벌고 있지만 돈과 행복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물질적인 행복은 잠시의 기분 좋은 행복이지만, 진짜 행복은 꾸준히 평생 이어갈 수 있는 행복이다. 지속적인 행복, 그걸 찾으려고 노력한다. 30대 초중반의 슬럼프는 행복하지 않아서 오는 거다. 후배들을 만나보면 대체적으로 30살 초반의 아이들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가수들은 20대 초반에 전성기가 온다. 서른 초반이 되면 전성기가 지나 있는 경우가 많다. 내려가는 방법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기분 좋게 내려갈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방법을 모르고, 상실감으로 내려가니까 우울해진다.
Q.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겠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모든 명예와 누렸던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 그런 것들은 내것이 아니다. 깔끔하게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존심의 문제도 있을 거다. 사실상 연예인들은 더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유지하지 않으면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영원한 1등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 본인 스스로 내려놓는다는 건 만족도의 차이다. 지금 이 상황에 라면을 먹는다면, '내가 왜 이렇게 불쌍해졌지. 라면을 먹고 있구나' 하면 불행한 거다. 하지만 '라면은 맛있어'라고 하면 만족스러운 거다. 생각의 차이 아니겠냐.
모두가 하는 얘기지만, 물병에 물이 반이 있는데, 반밖에 없느냐 반이나 남았냐의 차이다. 그게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목이 마른데 반밖에 없네'라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저도 사실 매일 잡기가 어렵다. 일어나서 매일 제 자신에게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도 가끔 진짜 피곤하고 일어나기 싫다. 하지만 제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저를 위해 함께 방송을 만들어 주시는 제작진 분들이 있고, 그 책임감이 크다.
Q. 개인적인 행복은 그럼 어디에서 찾나.
제가 사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에 수민이라는 배우가 '최고의 한방'이라는 드라마에 아주 작은 역할로 들어갔다. 저랑 저희 매니저랑 캐스팅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이 친구한테 꼭 이 역할이 필요했는데, 됐다는 소리가 들으니까 정말 눈물이 났다. 그때 느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건, 이 사람들이 정말 잘 됐을 때의 큰 기쁨 때문이구나.
저는 회사로 돈을 벌 생각이 별로 없다. 경제적인 부분은 연예인 생활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갖고 싶은 것도 없고, 좋은 집, 좋은 차 생각도 없어서 별로 돈을 쓸 데가 없다.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개인돈으로 주기도 했다. 항상 열심히 해주니까 고마웠다. 사업을 하다 보니까 감성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경제적인 부분도 채워주지 못하면 올바른 대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Q. 연예인 토니안과 사업가 토니안이 다른가.
당연히 다르다. 방송은 제 직업이고, 사업도 제 직업이기도 하지만 제 삶이기도 하다. 제게 있어 사업이 6이고, 방송은 4 정도다. 제가 신경 쓰는 부분이 그 정도라는 거다. 방송 같은 경우는 사실 제가 뭘 고민하고 그런 게 없다. 제작진들이 해주시는 거고, 저는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 하지만 사업은 항상 고민해야 하고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뇌를 활용하는 게 6대 4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mari@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