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제기된 한국 방송 표절 의혹만 35건이다. 여기에 '전지적 참견 시점'까지 표절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MBC가 포맷을 판매한 정식 버전을 제작 중이다.
최근 중국에서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 '나와 나의 매니저'를 두고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와 나의 매니저(我和我的经纪人)'는 알리바바그룹홀딩과 더불어 중국 IT 업계 양대 산맥인 텐센트홀딩스가 보유한 인터넷서비스 전문 업체 텐센트가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7일 최초 공개돼 연예인과 매니저의 일상을 다루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들의 이면을 조명하고 있다. 현재 장우기, 백우, 주아문 등 중국 배우들과 그들의 소속사 이지엔터 매니저, 대표와 출연 중이다.
지난해 3월 3일 출격한 '전참시'는 매니저들의 거침없는 제보로 공개되는 스타들의 일상을 그리는 예능이다. 여기에 스튜디오에서 스타와 매니저의 일상을 지켜보는 패널들이 '참견러'로서 첨언한다.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 스타와 매니저라는 본 적 없는 조합으로 감동과 재미를 잡으며 사랑받고 있다.
얼핏 보기에도 '스타와 매니저 동반 출연'이라는 점이 일맥상통하는 상황. '나와 나의 매니저'는 차에서 이동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스타와 매니저의 일상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화면 구도까지 '전참시'와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국내 콘텐츠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 2년 동안 중국에서 한국 방송에 대해 표절 의혹이 제기된 프로그램만 34편에 달했다. 각 방송사 별로는 KBS 7개, MBC 3개, SBS 10개, JTBC 5개, tvN 6개, Mnet 3개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정식 판권, 포맷 계약 없이 무단으로 도용됐다.
대표적인 예로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표절한 중국 후난위성TV의 '그 집 우리 새끼', JTBC '효리네 민박'을 따라 한 후난위성TV의 '친애적 객잔', MBC '나는 가수다'를 모방한 후난위성TV의 '가수', KBS '노래싸움-승부'는 장수위성TV의 '더 나은 소리'·'끝까지 노래한다', tvN의 '삼시세끼'는 후난위성TV의 '동경하는 생활' 등 표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중국 아이치이 '우상연습생'은 지난해 4월 국제 포맷인증및보호협회(FRAPA)로부터 Ment '프로듀스 101'을 표절했다고 판정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와 관련 국내 방송사자 제작사의 뾰족한 대책은 없어 업계 관계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가운데 MBC는 현재 방송 중인 '나와 나의 매니저'를 향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중국 정식 포맷 구입사 측과 확인을 거쳐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MBC 관계자는 OSEN에 "'전참시' 중국 정식판은 정식으로 포맷을 구매한 회사에서 현재 제작 중에 있으며 정식 버전 타이틀은 '우리 둘의 관계(我俩这关系)'다. 아직 방영 플랫폼은 미정이다"고 후속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아무리 광활한 지역에서 수많은 지역 방송과 콘텐츠가 경쟁하는 중국이라고 하지만, 이미 표절된 프로그램이 거의 유사한 내용과 구성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식 판권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무분별한 표절에 대한 안전장치 없이 정식 포맷이 후발주자가 된 상황. 원조가 제 구실을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한숨을 자아내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전참시', 텐센트 '나와 나의 매니저', 김성수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