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김윤석입니다"..데뷔 31년 만에 첫 연출작 '미성년'(종합)[Oh!커피 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4.03 17: 05

 배우 김윤석(52)이 감독으로서 출사표를 냈다.
지난 1988년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데뷔한 그는 공교롭게도 첫 출발이었던 연극무대에서 영화적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감독으로서 시작을 알렸다. 
작가와 머리를 맞대 각본을 완성한 후 메가폰을 잡았고, 후반 작업까지 임하며 힘에 부친 탓에 앞으로 연기와 연출을 병행할 생각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단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계획은 갖고 있다고 했다. 

김윤석은 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연출을 맡은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영화사레드피터, 공동제작 화이브라더스코리아)을 소개하는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배우로서는 베테랑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새파란 신인이기에 연출 계기부터 개봉을 앞둔 소감까지 다양한 질문이 오고 갔다.
‘미성년’은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가족에게 숨겨졌던 비밀이 드러난 후 다르게 대처하는 어른과 청소년의 모습을 다채롭게 그렸다. 불륜이라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문제에 대처하는 청소년과 어른들의 시각차이를 통해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인물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며,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캐릭터의 특징을 살렸다.
엄마 영주 역의 염정아, 엄마 미희 역의 김소진, 그리고 고등학생 주리와 윤아 역을 각각 맡은 신인 김혜준과 박세진이 각기 다른 모녀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
2014년 옴니버스 연극 중 한 편을 보고 영화의 연출을 결심한 그는 원작 작가와의 심혈을 기울인 준비 끝에 ‘미성년’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김윤석은 “제가 짬짬이 대학로에서 선후배들의 연극 공연을 본다. 2014년에 젊은 연극인들이 모인, 작가부터 배우와 연출자 등, 창작극 발표회에 가게 됐다. 외국의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게 아니라 순수 국내 창작극이다. 지원이 열악하다 보니 소극장을 하나 빌려서 작게 열고, 일반 관객들은 볼 수 없다. 그 날 4편의 (각기 다른)공연을 50분 정도 봤던 거 같다. 네 편 중 하나에 마음이 갔다. 그래서 작가를 만나 영화화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그쪽에서도 흔쾌히 찬성이다, 같이 작업을 해보자는 말을 건넸다”고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영화의 기본이 되는 시나리오와 콘티 설계에 집중해 프리 프로덕션을 마친 김윤석은 약 두 달간 42회차로 촬영을 마쳤다. 김윤석은 “2014년에 제가 연극을 처음 봤으니까, 영화로 나오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원작이 있는 경우)상영까지 아무리 짧게 해도 3년이라고 하는데, 저는 2년이나 더 걸렸다. 줄이려고 했는데 해보니 역시 연출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웃음)”고 털어놨다. 연출에 도전하면서 배우로서도 연기적으로 배운 게 많다는 김윤석.
“원래 감독을 하려고 생각했었다. 개인이 인생에서 막연한 목표가 있지 않나. 저는 영화 연출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황해’를 찍을 때도 하정우와 ‘먼저 (연출을)해라’는 말을 나누기도 했다. 하정우가 먼저 내놓긴 했지만, 저도 언젠간 할 생각이 있었다. 할 생각이 있었기에 이야기를 찾은 거다. 운이 좋게도 저는 원작이 있었고 작가에게 도움을 받았다. 시기도 적절했던 거 같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만든 것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황에서 만들기 잘한 거 같다. 여기서 더 늦으면 힘들 것 같고 지금이 딱 좋은 거 같다.(웃음)”
이어 김윤석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가 있고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 근데 ‘미성년’이 그동안 제가 출연했던 영화의 장르와 너무 달라서 다들 놀라시더라.(웃음) 평소 좋아했던 걸 반영한 거다. 저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며 “오래가는 테마는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왕이나 히어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래 가는 거 같다. 두 번, 세 번 꺼내 봐도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게 좋다. 언제 봐도 다른 것들이 보인다”고 범죄 액션이 아닌 드라마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 작품을 연출을 할 때 준비한 건 드라마(서사)와 캐릭터였다”라며 “효과적인 장면 구성과 캐릭터, 연기다. 또한 힘 있게 대사를 칠 배우들이 필요했다”며 염정아, 김소진, 김혜준, 박세진 등의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해줬다고 칭찬했다. ‘미성년’에는 주연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깜짝 등장한다.
“사실 몇 초라도 나오겠다면서 저를 도와주려고 했던 배우들은 많았다. ‘이 의미 깊은 출발에 나를 빼서야 되겠어?’라고 응원하더라. 근데 저는 한 작품에서 타이틀 롤을 책임지는 그들이 특별 출연이나 카메오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소비되는 느낌이 있을 뿐더러 작품 전체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주 적절한 만큼만 넣자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특별출연한)배우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시나리오를 다 보여드렸다.”
김윤석은 연출뿐만 아니라 주리(김혜준 분)의 아빠이자 영주(염정아 분)의 남편 대원을 연기했다. 대원은 무책임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김윤석은 전작들에서 보여준 강렬한 캐릭터와 180도 다른 모습을 비췄다. 
“대원 역할을 다른 남자배우가 맡아주길 바랐지만 몇 번 거절을 당하다 보니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원이)주로 뒷모습만 나오고 화면에서 빠지는데 누가 좋아할까 싶다”며 “저는 제가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순간인지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신인 감독이기 때문에 건방지게 얘기하면 안 되지만(웃음), 신인 감독의 패기로서 또 연출을 하게 된다면, 별 일이 있지 않는 한 주변에 벌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서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촬영 기간 동안 그는 주조연 배우들이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자신이 호흡할 상대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를 중시했다. 아내 역을 맡은 염정아에 대해 김윤석은 “제가 아직 감독으로서 능력이 출중하지 않아서 시나리오에 설명이 거의 없었다. 근데 염정아 배우가 그럼에도 연기를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그는 제작보고회에서 염정아의 전작 ‘오래된 정원’(감독 임상수, 2007)을 보고 영주 역할에 어울릴 것 같다고 전했었던 바.
김윤석은 “사실 대한민국 톱클래스 감독님의 작품이 아닌 이상 배우가 하루 만에 출연 의사를 밝힌다는 게 쉽지 않은데 염정아가 제 영화에 출연하겠다면서 하루 만에 답변을 줬다. 염정아가 워낙 명쾌한 사람이다(웃음)”라고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미성년’의 러닝타임은 96분이며 이달 11일 개봉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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