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문소리, 박형식 주연의 '배심원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8일 오전 서울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배심원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홍승완 감독, 주연 배우 문소리, 박형식을 비롯해 백수장, 김미경, 윤경호, 조한철, 김홍파, 조수향 등이 참석했다.
200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배심원들'(각본감독 홍승완, 제공배급 CGV아트하우스, 제작 반짝반짝영화사)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문소리는 영화에서 강한 신념을 지녔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하는 판사 김준겸을 맡아 열연했다. 사건 기록을 통째로 외워버릴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고 18년간 내리 형사부를 전담했을 만큼 강단과 실력은 그 누구 못지않다. 사법부의 우려와 찬반으로 나뉜 여론으로 들끓는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의 재판장을 맡은 후, 어떤 상황에서도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신념 하나로, 재판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배심원과 함께하는 재판은 처음인데다 모든 상황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아서 위기를 겪는 인물이다.
문소리는 "시나리오를 20장 넘겼는데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모아, 마음을 모아, 뭔가를 해내는 과정이 뿌듯하고 뭉클했다.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8명의 배심원 말고도 법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 옆에는 좌배석 판사, 우배석 판사도 있었다. 우리도 특별했지만, 관객 분들에게도 흔하지 않은 영화가 될 것 같아서 선택했다"며 출연한 이유를 공개했다.
문소리는 "나도 차리리 배심원을 하고 싶었다. 재밌어 보이더라"며 "실제 김영란 전 대법관 님을 만나면서 리서치도 많이 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실제로 참여하면서 참관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세월을 법전과 법정에서 보내온 사람들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을까,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시나리오를 한다고 한 순간부터 크랭크업 할 때까지 뭔가를 끊임없이 읽었다. 그 분들이 계속 무언가를 읽더라. 법정이 아닌 곳에서도 무언가를 읽었다. 저기에 몰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계속 법에 관련된 것들을 읽었다. 강단 있는 법조인이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후배 박형식과의 호흡에 대해서 "맑고, 화사하고 그림같은 청년이 오길래 '저 사람이 8번 배심원이라고?' 생각했다. '저 화사한 청년이 튀지 않을까?' 걱정했다. 만화에서 나온 것 같더라. 박형식을 제외하고 우린 솔직히 현실에서 나왔다.(웃음) 그런데 박형식이 첫 촬영, 두 번째 촬영하면서 감독님한테 고생 좀 하더니 '누나~' 하면서 오더라. 어느새 권남우가 됐더라. 8번 배심원 권남우를 꼭 끌어안고 그 캐릭터가 됐다. 첫 영화인데 이런 팀을 만나서 복 받은 거라고 말해줬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윤경호 씨가 나한테 '선배님, 누나라고 해도 되냐?'고 묻더라. 그런데 박형식은 첫 촬영 끝나고 바로 '누나, 감독님이~' 이러면서 편하게 다가와줬다. 그것도 고마웠다"며 칭찬했다.
'누나'라고 부른 이유에 대해 박형식은 "그때 27번 테이크를 갔는데 촬영 초반이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굉장히 죄송했고, 모든 스태프가 나 하나만 기다렸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다. 그날 바로 '누나~ 도와주세요' 그랬다. 그 경험이 새로웠고, 많이 배웠다. '내가 부족하구나' 반성하게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심원들'에서 포기를 모르는 청년 창업가 8번 배심원 권남우 역으로 분한 박형식은 끈질긴 질문과 문제 제기로 재판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물론, 재판장과 동료 배심원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의심의 여지가 사라질 때까지 되묻기를 반복하는 엉뚱한 매력을 발산한다.
드라마 '상속자들', '힘쎈여자 도봉순', '슈츠'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다채로운 매력을 인정받은 박형식은 '배심원들'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 스크린에 데뷔한다. 2019년 한국 영화계 뉴페이스의 등장을 예고한다.
"첫 스크린 도전인데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떠냐?"는 질문에 박형식은 "긴장도 많이 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오늘 굉장히 많이 떨렸다. 너무 다행인 점은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다행이었다. 실제 촬영할 때도 많이 힘이 되고, 의지가 됐다.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박형식은 "나도 배심원 제도가 있는지 몰랐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여태까지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정말 모든 분들이 나처럼 모르고 있는 것 같더라. 이런 제도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점을 언급했다.
"박형식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홍승완 감독은 "이전에는 잘 몰랐고, TV로만 봤는데, 순수함이 보이더라. 남우라는 캐릭터에 형식 씨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연기인지 모르겠지만 잘 맞는 것 같았다. 촬영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표정이나 이런 게 맑아서, 설득력이나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도 묘하게 설득력이 생겼다"고 답했다.
문소리는 "박형식이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선배님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고 다들 예뻐했다. 촬영하다가 형식 씨가 나타나면 환해졌다", 조한철은 "(군대를 가면) 면회를 가려고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수장은 늦깍이 법대생이자 1번 배심원 윤그림을 맡았고, 김미경은 의욕만큼은 20대인 요양보호사 2번 배심원 양춘옥을 연기했다. 윤경호는 재판보다 일당이 우선인 무명배우 3번 배심원 조진식, 조한철은 까칠한 합리주의자인 대기업 비서실장 5번 배심원 최영재, 김홍파는 이론보다 풍부한 실전 경험을 지닌 6번 배심원 장기백을 각각 맡아 열연했다.
'내부자들' '공작' '국가부도의 날' 등 흥행작에 출연한 김홍파는 "'배심원들' 흥행 기운도 두 말하면 잔소리다"고 확신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도 재판에 참여했던 조한철은 "저승에서 재판은 너무 외로웠다. 이번 이승에서 재판은 굉장히 즐거웠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공식적인 행사 첫 날이라 너무 기분 좋게 왔다"고 했다.
김미경은 "제작보고회 자리가 처음이라 잘하고 싶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격스럽다. 우리 영화 '배심원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팡팡 터진다. 영화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싶다.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해서 눈물날 것 같다"며 감격했다.
백수장은 "분위기 만큼은 저기 멀리서 넘어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각자 캐릭터가 다른 이런 분들이 촬영하면서 하나로 모아지는 과정이 좋았다.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며 기대했다.
조수향은 영화 '배심원들' 제작보고회를 통해 지난달 20살 연상의 박혁권과의 열애 보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수향은 극 중 돌직구 막내 취준생이자 7번 배심원 오수정을 맡았고,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자신의 캐릭터를 짧게 소개했다.
대선배들과 작업한 소감에 대해 조수향은 "전에는 또래들과 작업을 많이 했고, 주로 동생들이 많았다. 여기서는 내가 거의 막내라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나중에 친해지니까, 너무 재밌더라. 현장 분위기가 엄청 좋아서, 선배님들 모습을 몰래 몰래 훔쳐보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최고의 반전 매력으로 선배 서정연을 꼽은 조수향은 "(이 자리에 안 계시지만) 정연 선배님이 영화 속 느낌과 실제 느낌이 달랐다. 극 중에서는 부잣집 사모님, 도도한 느낌인데 실제 모습은 애교가 굉장히 많다. 가장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했다.
홍승완 감독은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다. 세대 별,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싶더라. 그런 사라들이 재판을 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재판장도 법과 원칙에 충실해서 원칙대로 하는 인물을 그리되,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변해가는 과정도 담고 싶었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면서 상상했던 인물들보다 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 배우들이 시나리오보다 더 좋은 해석을 해줘서, 다채롭고 풍부한 캐릭터가 완성된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또, 감독은 "나도 처음에는 법에 대해 전혀 몰랐다. 우선 공부가 많이 필요해서 배심원 제도가 어떻게 도입됐는지 공부했다. 판사 분을 만나서 조언을 듣고, 그 분이 강의하시는 내용을 한 학기 동안 청강했다. 지난 10년 간 논란이 된 500여건의 판결문도 입수해 참고했다. 사법부가 모의 배심원 제도를 하고 있는데, 그걸 지원해 그곳에서 만난 배심원 분들을 캐릭터에 녹여내기도 했다"며 다양한 자료 조사와 준비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소리는 "배우들이 모이면 '다들 잘 될 것 같지 않아?' 그런 말을 한다. 좋은 기운이 있는 작품이다", 박형식은 "나한테는 첫 상업영화다. 좋은 선배님, 감독님과 함께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정말 행운인 것 같다. 그 좋은 기운이 여러분에게도 갔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배심원들'은 오는 5월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