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 정일우가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더 외로워졌다.
현재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 연출 이용석)은 결코 왕이 되어서는 안 되는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 분)이 대권을 쟁취하는 이야기다. 그는 훗날 조선의 전성기를 이끈 왕으로 기억되는 영조가 된다. 그러나 역동적인 성공스토리가 전부는 아니다. 청년 시절 영조의 고뇌, 아픔도 담아낸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9일 방송된 ‘해치’ 35~36회는 큰 의미를 지닌다. 이금이 역경을 이겨내고 드디어 왕좌를 차지했기 때문. 그는 더 이상 세제가 아니라 조선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임금 영조다. 그러나 군왕의 길을 선택하기까지 그는 끝없이 고뇌했고, 군왕이 된 후에도 외로워야만 했다.
이날 이금은 경종(한승현 분) 사후, 시련에 부딪혔다. 경종을 살리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경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이금에게 치명적인 화살로 돌아온 것. 소론 대신들은 이금이 경종을 죽인 것과 다름 없다며 그의 즉위를 반대했다. 이에 이금은 고뇌에 빠졌다. 지난 시간 수없이 들어왔던 말처럼 자신에게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
하지만 그는 선택했다. 한 인간으로서 이 고통을 피하는 대신, 기꺼이 왕이 되어 이 모든 수모와 싸울 것이라고. 그렇게 이금은 조선의 왕 영조가 됐다. 하지만 왕좌에 오른 이금의 곁에 소중한 사람들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이금이 왕좌에 오를 수 있도록, 왕이 된 이금의 치세에 도움이 되도록 스스로 떠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결국 이금은 왕좌에 올랐어도 외로워야만 했다.
고뇌 속에 선택한 군왕의 길은 외로움의 시작이었다. 이 슬프고도 안타까운 상황을 배우 정일우는 ‘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금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때, 왕이 될 것인지 고민에 빠졌을 때 정일우의 눈빛은 한없이 슬프면서도 깊었다. 정일우의 이 깊은 눈빛은 누군가를 증오하며 이글거릴 때보다 더 깊은 설득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소중한 이들이 자신을 위해 자신의 곁을 떠날 때, 그들을 잡지 못할 때 이금의 눈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정일우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뚝 떨어질 듯 아련하고도 애틋한 눈빛으로 이금의 슬픔과 외로움을 오롯이 담아냈다. 특히 홀로 왕좌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낸 장면은 정일우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섬세한 표현력과 집중력이 돋보였다. 그의 눈물을 보며 시청자의 가슴도 아릿해졌다.
‘해치’가 중반부를 넘어섰다. 이금이 영조에 즉위하며 더욱 깊고 묵직한 이야기를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배우 정일우가 있다. 이미 다수의 사극을 통해 저력을 입증한 정일우이지만 특히 ‘해치’를 통해 사극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눈으로 말하는 배우 정일우. 성장하는 캐릭터 이금과 만나 더욱 깊어진 정일우의 연기가 계속 궁금하고 보고 싶다.
한편 ‘해치’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 nahee@osen.co.kr
[사진] ‘해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