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몰래카메라)와 CCTV 등 디지털범죄 문제의 피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뉴스에서 볼 수 있었던 지하철 및 화장실 몰카를 비롯해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몰카 유출사건까지, 그 피해가 임계치에 도달한 시점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달 17일 개봉하는 범죄 액션 스릴러 ‘왓칭’ 속 여자 캐릭터 영우(강예원 분)를 눈여겨볼 만하다.
‘왓칭’은 지난해 촬영을 마쳤지만,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정준영 사건'과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자신을 조여오는 감시망 준호(이학주 분)를 피해 탈주를 감행하는 내용을 그린다. 스릴러 퀸이라고 불리는 배우 강예원이 영우를, ‘독립영화계 설경구’라는 애칭을 얻은 이학주가 지하주차장 경비요원 준호를 연기했다.
‘왓칭’은 한 남자의 납치와 감시를 피하는 여자의 탈출극을 표방하지만, 한편으로는 불법 촬영물을 온라인에 올리는 등 디지털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담았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김성기 감독은 “오늘 보셨다시피 (강예원과 이학주 등)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찍었다. 지하주차장이 제한된 공간이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지루하게 여기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용한 카메라를 모두 동원했다”며 계획보다 훨씬 더 많은 카메라들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감독은 이어 “심지어 카메라 감독의 개인 카메라까지 사용해 찍었다. 최대한 밀도와 스릴러를 높이는 데 중점을 맞춰서 찍었다”면서 "스펜스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장면과 시퀀스는 버렸다”고 밝혔다.
감독은 주체적인 여성인 영우 캐릭터에 대해 “영우가 (범죄자를)보면서 두려움에 떨고 무서워하지만 상대를 자극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이후 수갑이 채워졌을 때는 살아남기 위해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이후 두려움을 무릅쓰고 탈출해나가는 결심을 담았다”라고 영우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반부가 궁금해지는 ‘왓칭’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덧붙였다.
강예원은 이어 "전작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만 연기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주체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살아 남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우가 어항을 깨거나 준호의 목을 조르는 장면을 짚으며 “저는 ‘실제 나였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연기했다. 제 생각이 영상에 담기고자 노력했다. 조금 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왓칭’은 지하주차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에, 스토커 같은 남성으로부터 탈출해야만 한다는 설정을 더해 공포감을 조성했다. 무엇보다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모습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위압감을 나타내며 알 수 없이 묘한 공포감을 심어준다.
의도적으로 차단돼 출구가 없는 지하주차장에서, 나를 바라보는 수백 개의 CCTV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여자의 강한 의지는 ‘왓칭’의 관전 포인트. 스릴러물에서 본 적 없는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새로운 공포 스릴러를 만들었다. 17일 개봉. 러닝타임 97분. 15세 관람가./ watch@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