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글러브 타도 되겠다”.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28)이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로도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주로 지명타자로 뛰었던 최지만은 올해 붙박이 1루수로 자리 잡았다. 시즌 11경기 중 10경기를 1루수로 선발출장한 최지만은 92이닝 동안 실책 하나를 기록했을 뿐 안정감 있는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순발력을 앞세운 강습 타구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 현지 팬 사이트에서도 농담 삼아 “골드글러브를 타겠다”며 최지만의 기대이상 수비력에 놀라고 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레이트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원정경기에도 최지만의 1루 수비가 빛났다. 1회 요안 몬카다의 스트라이크 낫아웃 때 포수 마이크 주니노의 송구가 옆으로 빗나갔지만 최지만이 다리를 찢어 건져냈다. 9회에도 웰링턴 카스티요의 땅볼 타구를 잡은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의 송구가 부정확했으나 최지만이 한 쪽 무릎을 꿇고 정확하게 잡아 경기를 끝냈다. 야수들의 송구가 나빠도 큰 몸과 유연한 캐칭으로 최지만이 모두 커버한다.
최지만은 “오프시즌 때부터 (케빈 캐시) 감독님께서 1루 수비를 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수비 연습을 충분히 한 만큼 문제없다. 열심히 수비하고 있다”며 “(내가) 수비를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한국 선수에게 수비 못한다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강)정호형과 (추)신수형도 그렇고 한국 선수들은 수비가 좋다”고 강조했다. 강정호(피츠버그)의 내야 수비 안정감은 정상급이고, 추신수(텍사스)도 전성기 때 강한 어깨를 앞세운 외야 수비가 돋보였다. 최지만도 같은 한국인 선수로서 수비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다.
포수 출신인 최지만은 미국 진출 후 1루수와 코너 외야수까지 경험했다. 여러 포지션을 맡다 보니 타격에 비해 수비는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었다. ‘타격은 되지만 수비가 안 된다’는 편견, 선입견과 싸웠다. 하지만 막상 주전 1루수 풀타임을 뛰기 시작한 최지만의 수비력은 무척 안정적이다. 지금처럼 수비가 된다면 검증된 타격 실력과 함께 주전 입지를 굳히는 데 있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 최지만은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한 게 처음이다. 이에 대해 그는 “느낌이 다르진 않지만 이전에 비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다.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원정을 오면서 몸이 조금 피곤한 게 있었지만 괜찮다. 타격감을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3번 중심타순에 대한 부담도 없다. 이 타순이 가장 편하다. 어느 타순이든 그에 맞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즌 11경기 타격 성적은 39타수 11안타 타율 2할8푼2리 5타점 OPS .715. 이날 4회 우측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터뜨리며 시즌 3번째 장타 손맛을 봤지만 아직 기대한 홈런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지만은 “내가 홈런을 안 쳐도 팀이 이기고 있다. 개인 성적이 좋으면 좋지만 아직 그렇게 의식하지 않는다. 치다 보면 홈런도 나올 것이다”며 “한국 팬들께서 새벽부터 경기를 봐주시며 응원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항상 감사하다”는 말로 남은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시카고(미국 일리노이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