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가을, 미국 뉴욕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을 취재했다. 장소는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 야구 전문기자로 메이저리그를 담당했던 30대 시절 자주 찾았던 곳이다. 당시 '체인지업의 달인' 서재응이 메츠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십 수 년이 흘러 방문한 시티필드는 여전히 고풍스럽고 활기찼다. 숙소인 뉴욕 도심에서 플러싱까지 지하철을 타는 동안, 한 눈에 봐도 방탄 팬들이 분명한 젊은이들을 수없이 마주했다. 전날 밤, 뉴욕 지하철은 익숙치 않은 까닭에 어디서 환승하고 어디서 내릴지 고민했던 게 아까울 정도였다. 메이저리그 특파원 당시에는 거주지였던 텍사스주 달라스(박찬호의 홈구단 레인저스 소재지)에서 출장을 와도 지하철을 탈 엄두를 못냈었다. 그만큼 뉴욕의 치안은 엉망이었고 불안했다.
이런저런 감상에 빠져 도착한 시티필드. 방탄은 노래했고 아미는 환호했다. 주고 받는 호흡이 딱 맞아떨어진 찰떡궁합. "역시 BTS!" 저절로 감탄사가 터졌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팬들로 꽉 찬 시티필드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거라고 1990년대 당시의 필자는 감히 상상도 못했었다. 뉴욕 양키스나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등 메이저리그 터줏대감들의 경기를 취재할 때면 뉴욕타임스 등 미국 유수의 언론사 출입기자들 눈치를 보느라 구석에서 펜대만 열심히 굴렸었다.
2018년 10월 7일(한국시간), 시티필드 기자실은 한국 언론이 주인행세를 했다. 텃세를 부리진 않았어도 공연 주체가 방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시티필드로 모여든 전세계 취재진 앞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올 6월 1일. 방탄은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다시 공연을 펼치고 기자회견까지 개최한다. 축구의 종가인 영국에서도 국가대표팀 홈구장이자 성지로 손꼽히는 구장이다. 한국 스포츠 기자들은 웸블리 구장에서 취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승인 조건도 까다롭고 프레스 카드 발급 자체가 쉽지 않다.
그 철벽 문을 이번에도 방탄이 활짝 열었다. 방탄이 유럽 팬들의 환호 속에 열창할 그 날, 웸블리 구장의 주체는 'BTS KOREA'이고 한국 아미들의 자부심은 또 한 번 뜨겁게 끓어오를 터다.
오늘(12일)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가 드디어 베일을 벗으면서 들게된 회상이다. MAP OF THE SOUL : PERSONA는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연작인 MAP OF THE SOUL의 포문을 여는 첫 앨범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해준 전 세계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이제 한국이란 조그만 둥지를 떠나서 지구촌에 나래를 튼 방탄의 성장에 기쁘고 고마운 심정이다. /mcgwire@osen.co.kr
[사진]맨위부터 방탄소년단(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욕 타임스퀘어 라인매장, 시티필드, 시티필드 방탄소년단 콘서트 입장객들(손남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