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대부 이경규를 내세운 '지금 1위는?'이 '마리텔V2', '나혼자산다'와 함께 불금을 책임지는 MBC 대표 예능이 될 수 있을까.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는 예능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구산 CP, 안소연 PD, 개그맨이자 MC 이경규, 유세윤 등이 참석했다.
설 특집 파일럿에서 정규 편성된 '다시 쓰는 차트쇼 지금 1위는?'은 49년 역사를 자랑하는 MBC 음악차트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정상에 섰던 '1위 가수'와 그 영광에 가려 1위를 놓친 '도전 가수'들이 다시 1위에 도전해 차트를 새롭게 써본다는 발칙한 발상에서 시작된 음악예능프로그램이다. 이경규, 유세윤, 장도연이 메인 MC로 발탁됐고, 지난 3월 22일 첫 방송됐다.
'일밤' 1000회 이후 MBC에서 볼 수 없었던 이경규는 '도시어부', '한끼줍쇼' 등 주로 종편 채널에서 활약하다 오랜만에 지상파 MBC에 돌아왔다. 그는 "그동안 종편 프로그램을 하다가 오랜만에 MBC에서 하게 됐다. MBC가 여의도에 있을 땐 잘 됐는데, 상암으로 옮기고 나서 잘 안 되더라. 나하고 땅이 안 맞나 생각했다.(웃음) 이젠 잘 될 것 같다.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MBC는 내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일밤'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내가 '일밤'을 1000회 이후에 마쳤는데, '지금 1위는'을 잘 살려서 슬그머니 '일밤'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속내를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1981년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이경규. '지금 1위는?'은 데뷔 39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다.
안소연 피디는 "예전의 1등이 지금도 1등인지 검증해보는 게 기획 의도다. 우선 가수는 김완선 씨를 섭외했고, MC는 예전의 1위면서 지금도 1위인 사람을 찾았다. 91년도 연예대상을 찾았는데, 이경규 선배님이었다. 그때도 1등이었고 지금도 1등이더라. 예능 대부인데 음악 프로그램을 한 번도 안 하셨다. 그래서 제의를 드렸다. 유세윤 씨는 예전에 음악 토크쇼를 같이 했는데 걸어 다니는 음악 사전이다. 가사부터 안무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더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잘 할 것 같아서 섭외했다. 이경규 선배님은 녹화할 때 놀랐다. 10위 권부터 30위 권까지 그 시대 노래를 다 알고 계신다"며 최적의 MC라고 했다.
이에 이경규는 "요즘 노래는 1도 모르지만, 90년대 노래는 다 따라부른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노래를 전부 따라 부르고, 들었구나' 싶더라. 지금 만약 20살, 30살이었으면 노래를 많이 들었을 것 같다. 90년대, 80년대, 심지어 70년대 노래도 다 알고 있다. 음악 방송은 처음이지만, 굉장히 오래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또, "내가 음악 프로그램을 처음 한다고 그러는데, 음악 영화를 제작한 사람이다. '복면달호', '전국노래자랑'도 내가 만들었다. 음악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자랑했다.
이날 자신의 영화 '복면달호' 덕분에 MBC 예능 '복면가왕'이 나왔다고 주장한 이경규는 다시 꺼내고 싶은 MBC 예능으로 '건강보감'과 '대단한 도전'을 꼽았다. "이게 먹방의 시초다. 좋은 음식을 둘러앉아 먹는 건데, 하는 거 하나도 없이 먹기만 하는데도 시청률이 그렇게 잘 나왔다. 다시 한 번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대단한 도전' 역시 해보고 싶다. '무한도전'의 시초나 다름 없다. 이 방송이 아시아 예능 페스티벌에서 대상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세윤이 "선배님이 했던 방송 중에 '양심 냉장고'를 다시 꺼내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하자 이경규는 "그것도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지금 1위는?'은 호평을 얻어 정규 편성됐으나, 파일럿 때보다 시청률이 다소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구산 CP는 "이경규 선배님이 하시는 프로그램 중에서 망하는 건 못 봤다"며 믿음을 드러냈고, 이경규는 "우리 방송이 오후 8시 30분이라서 시간 대가 조금 애매하지만, 지금까지 출연자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데 망한 프로그램은 못 봤다. 출연자들이 나오면 항상 만족해한다. 그런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시작은 미비하나 끝은 잘 될 것 같다. 다들 행복해하기 때문에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만약 안 되면 다른 방송국에 가면 된다"고 답해 웃음을 선사했다.
김구산 CP는 "아주 유리한 시간대는 아니지만, MBC가 편성 전략적으로 금요일 저녁을 예능 존으로 묶었다. 의도가 있는 편성이다. 오후 8시 30분은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지금 1위는?'이 나가고, 그 다음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나 혼자 산다'가 마무리 짓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로 들어갔다. 굉장히 재밌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인데 고전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지만 방송을 본 분들은 재밌다고 하더라. 뭐든 그런 것 같다. 노래도 옛날 것이든 지금 것이든 좋은 것은 늘 좋다. 프로그램도 경쟁력을 찾지 않을까 싶다. 음악 예능으로 포맷이 잘 갖춰진 프로그램이다. '복면가왕'이 미국 폭스까지 진출했는데 '지금 1위는'도 충분히 그렇게 갈 수 있는 포맷이라고 생각한다. 차트가 없는 나라는 없다. 현재 해외 유통사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있고, '복면가왕'을 잇는 또 하나의 수출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12일 방송에서는 '지금 보컬' 강승윤, 펜타곤 후이·진호, 케이시·자이언트핑크, 존박, 우주소녀 연정과 '1위 가수' 이상우의 본격 경연이 시작된다. 1991년 '1위 가수' 이상우 때문에 1위를 하지 못한 해바라기 '사랑으로', 김민우 '휴식 같은 친구', 현진영 '슬픈 마네킹', 김지연 '찬바람이 불면', 015B '텅빈 거리에서'가 요즘 대세 지금 보컬들의 매력적인 보이스로 재탄생돼 2019년 다시 한 번 1위에 도전한다. 오후 8시 30분 방송./hsjs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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