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를 따르는 것일까, 모험수를 던진 것일까. 6연패의 난국에 빠진 롯데 자이언츠가 선발 로테이션 조정했다.
롯데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김건국을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6연패에 빠진 롯데다. 연패 탈출의 승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투타의 엇박자가 극심한 현실에서 헤쳐나갈 수도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타순 조정과 오프너라는 회심의 승부수도 모두 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다시 한 번 변화를 꾀했다. 16일 KIA전 선발 투수로 원래 로테이션상 나서야 하는 브룩스 레일리 대신 김건국을 선발 투수로 내세운 것.
레일리는 올 시즌 4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4.50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아직 승리가 없다. 지난달 23일 키움과의 개막전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한 뒤 이후 3경기에서는 호투를 펼쳤지만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1선발과의 매치업에 의해 타선이 동반 침묵했고, 불펜진도 난조를 보이는 등의 불은으로 첫 승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레일리의 컨디션도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일단 컨디션이 좋지 않은 레일리에게 하루 더 휴식을 부여하면서 무리시키지 않으려는 복안인 듯 하다. 어떻게보면 순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레일리의 무승 행진에 “인위적으로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는 없다. 비라도 와서 로테이션 조정을 하면 모를까”라며 나름의 고민을 드러낸 바 있는 양상문 감독이다. 아직 우천 취소 경기가 없는 롯데 입장에서는 레일리의 컨디션 조절이라는 이유로 선발 순번 조정을 단행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원래 순번대로 레일리가 선발 마운드에 오를 경우 4일 휴식 후 오는 21일 사직 KT전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레일리와 KT는 상극이었다. 통산 KT전 7경기 1승5패 평균자책점 6.68에 그치고 있다.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본궤도에 오르는 시간을 단축시켜야 하는 레일리 입장에서는 KT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결합된 레일리의 로테이션 조정이다. 일단 레일리는 주중 KIA전 한 경기에는 나설 전망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 원래 로테이션을 조정하는 것 자체는 모험일 수 있다. 순번을 바꾸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선발 투수가 나오고, 6연패라는 팀 상황과 결합이 되면서 모험수가 되는 모양새다. 성공한다면 대박이지만, 실패로 돌아갈 경우 파급효과는 7연패 이상일 수도 있다. KIA의 롯데전 로테이션은 조 윌랜드-양현종-제이콥 터너의 1,2,3선발이다.
김건국이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선발 투수로 준비를 했고, 1+1 5선발 조합 중 한 명으로 꼽히긴 했지만, 시즌 첫 선발 등판이라는 개인적 상황과 6연패라는 팀 상황의 결합은 선수에 여간 부담이 아니다. 물론 지난해 KIA전 5이닝 1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낸 기억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시즌 막판 팀이 5강 경쟁에서 최종 탈락 했던 부담 없던 시기였다. 자칫 주중 첫 경기에서 선발 조기 강판이 됐을 경우 불펜진 과부하를 염려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리저리 돌려 생각해봐도 모험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과연 순리와 모험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 롯데의 선발 순번 조정 선택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