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예리가 강인하고 주체적인 객주 송자인으로 강렬하게 돌아왔다.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물론 이면에 숨겨진 약자를 위하는 마음까지 그려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사람, 하늘이 되다’(연출 신경수, 극본 정현민) 1, 2회에서는 송자인(한예리 분)이 방곡령이 내려진 고부에서 쌀을 구하러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송자인은 고부에 방곡령이 내려져 각지의 쌀값이 오르며 난항을 겪자 직접 고부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아버지 송봉길(박지일 분)이 준 사발통문을 들고 떠난 송자인은 고부에서 싸전을 운영하는 백가(박혁권 분)를 찾아갔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송자인과 이강(조정석 분)의 위태로운 첫 만남이 그려졌다. 백가에게 쌀 거래를 거절당한 송자인 앞으로 이강이 엽전 꾸러미를 던지며 속을 긁은 것. 송자인은 이강이 알아들을 수 없도록 일본어로 욕을 했고, 그의 동생 이현(윤시윤 분)이 나타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순탄치 않은 첫 만남을 한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송자인은 조병갑(장광 분)이 신관 사또로 재부임하며 쌀 거래에 어려움을 겪자 조병갑에게 사발통문을 넘겨주는 대신 방곡령을 풀어 싼값에 쌀을 사들이고자 했다. 동학군들에 의해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나는 이문에 죽고 사는 장사치”라며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길을 나선 송자인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피폐한 민가를 지나 백성들의 고혈로 잔치를 벌인 관가를 보고 분노로 가득 차 눈시울을 붉혔다.
한예리는 그간 사극에서 보기 힘들었던 강인하면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한예리는 객주로서 상대와의 미묘한 기싸움에서 지지 않고 노련하게 거래를 진행하는 송자인의 카리스마를 드러낸 반면, 약자들이 마주한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송자인의 따뜻한 마음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완성했다. /kangsj@osen.co.kr
[사진] SBS ‘녹두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