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려욱이 4년만에 국내 뮤지컬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감성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자신만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려욱은 지난 달 26일 개막된 뮤지컬 '광염소나타'에서 비운의 작곡가 J 역을 맡아 박한근, 문태유, 신원호와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광염소나타'는 죽음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게 된 천재 작곡가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완벽한 곡을 쓰기 위해 살인을 거듭하는 과정을 소재로, 아름다운 음악을 쫓는 세 명의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뮤지컬이다. 김동인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16년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 신작으로 선정됐으며, 2017년 관객들이 뽑은 가장 기대되는 창작 뮤지컬 1위로 손꼽히기도 했다. 지난 해 일본 오사카, 도쿄 공연 당시 일본 유료관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얻어냈다.
려욱은 일본 공연에 이어 이번 국내 공연에서도 J 역을 맡았다. J는 촉망받는 작곡가로 화려한 데뷔를 하지만, 그 이후 단 한곡도 써내지 못해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우연한 사고로 마주한 죽음으로 다시 환상적인 곡을 완성시키게 된다.
려욱이 국내 뮤지컬에 출연한 건 약 4년만. 2015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2016년 2월까지 공연된 연극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늑대의 유혹'를 시작으로, '하이스쿨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아가사' 등을 통해 특유의 미성으로 완성된 탁월한 가창력을 뽐내왔던 려욱은 4년이라는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감정 연기와 넘버 소화력을 보여준다.
'광염소나타'는 공연의 특성상 제한적인 장소 설정으로 인해 모든 사건들이 대사나 가사를 통해 전달이 된다. 그렇기에 세 배우의 합과 역량이 공연의 성패를 더욱 좌지우지한다. J가 느끼는 절망, 친구인 S를 향한 J의 복합적인 심경, J를 향한 S의 절대적인 믿음 등 캐릭터들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들이 절대 일차원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공연의 깊이와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
그런 점에서 려욱은 첫 공연부터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장기인 폭발적인 가창력에 J가 느낄 다양한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내 설득력을 높인 것. 죽음이라는 소름끼치는 상황을 맞이하기 전 약하고 여리기만 했던 작곡가가 점차 광기에 취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해냈을 뿐만 아니라 S를 향한 J의 복잡다단한 감정 역시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녹여내 관객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감정선이 가장 예민한 캐릭터이다 보니 대사와 노래, 피아노 터칭까지 하나하나 고민이 된다. 그의 범죄까지 동정하고 미화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가장 순수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려 한다. 어렵지만 최대한 J가 가진 음악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다"던 려욱의 각오가 제대로 통했다고 할 수 있다.
J의 음악적 뮤즈 이자 오랜 친구로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녔지만 악보에 음표를 그려 넣는 방법을 모르는 S 역의 켄,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음악이 죽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고 J를 부추기는 클래식계의 저명한 교수 K 역의 이지훈과의 호흡 역시 좋았다. 두 사람 역시 그간 출연했던 뮤지컬을 통해 탄탄하게 다져온 연기력과 가창력을 폭발시키며 극을 꽉 채워줬다. 특히 려욱과 켄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광기로 얼룩졌던 극의 무거운 분위기를 상쇄시키는 동시에 J와 S의 애틋한 우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 긴 여운을 남긴다.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오는 12일까지 SMTOWN THEATRE 코엑스아티움에서 공연된다. /parkj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