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배우 김혜자가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모두를 납득시킨 수상과 품격 있는 수상 소감이 감동을 더하고 있다.
1일 밤 9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코미디언 신동엽, 배우 배수지와 박보검의 진행 아래 '제55회 백상예술대상'(이하 '백상')이 치러졌다.
김혜자는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이날 '백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눈이 부시게'는 생동감 넘치는 과거 이야기와 풋풋한 로맨스, 감동 있는 반전을 선보이며 최고 시청률 9.7%를 기록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이에 힘입어 배우들은 제주도로 포상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눈이 부시게'가 받은 사랑, 그 중심에는 단연코 김혜자가 있었다. 그는 극 중 주인공 김혜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그는 극 중 치매에 걸려 어린 김혜자(한지민 분)의 마음으로 할머니가 된 현재를 살아가는 김혜자로서 관록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김혜자는 때로는 천진하게 20대의 언행을, 때로는 인생에 통달한 할머니의 모습을 선보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남자 주인공 이준하 역을 맡은 후배 연기자 남주혁과는 나이를 뛰어넘는 '케미'를 보여주기도.
이에 김혜자의 '백상' TV부문 대상은 어느 때보다 납득할 만한 수상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혜자가 흡사 '공로상'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탄탄한 경력의 소유자인 데다가, '눈이 부시게'에서 보여준 감동적인 연기가 드라마 종영 후에도 지금까지 호평을 얻은 덕분이다.
김혜자는 대상의 규모에 어울리는 소감으로 수상에 품격을 더했다. "생각도 안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운을 뗀 그는 김석윤 감독부터 이남규, 김수진 작가까지 '눈이 부시게' 제작진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했다. 또한 작품을 사랑해준 시청자를 비롯해 호평을 보내준 언론인과 드라마를 해설해준 평론가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정말 받을 줄 몰랐다"며 시종일관 감격했다. 또한 "'눈이 부시게'가 작품상을 받았으면 했다"며 실제 대본 마지막 한 페이지를 찢어올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김혜자는 이 마지막 대사로 수상 소감을 마치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한 가지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그는 대사를 줄줄 외우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들은 찢어온 대본을 참고하기도 했다. 이는 '눈이 부시게' 속 천진한 김혜자 그 자체였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며 한번 더 감사하는 그의 모습에 후배 연기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그중엔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청자 역시 감동받긴 매한가지였다. 작품의 마지막을 고스란히 간직한 데에서 느껴지는 김혜자의 진정성, 여전히 생생하게 펼쳐지는 김혜자의 연기, 깊은 울림을 남기는 명대사까지. 모든 게 '대상' 김혜자의 품격을 높였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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