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직접 밝힌 군 복무 심경 변화 #이민호 #잡지 #30대 (종합)[인터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5.02 14: 47

배우 정일우가 돌아왔다. 요양원에서 마친 군 대체 사회복무,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 본 시간 동안 연기자로서나 인간 개인으로서나 많은 변화를 느꼈다고. 그는 절친한 배우 이민호에게 당부까지 하며 자신의 30대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정일우는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갤러리에서 지난달 30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 분)이 대권을 쟁취하고 훗날 조선의 왕 영조가 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정일우는 극 중 연잉군 이금 역으로 열연했다. 
'해치'는 지난해 군 대체 사회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정일우의 복귀작이기도 했다. 군 복무는 그에게 배우로서나 인간으로서나 많은 변화를 안겨줬다. "군 복무 후 촬영장의 가장 큰 변화는 밤을 새지 않는 거였다"며 놀라움을 표현한 그는 "이번 작품은 유난히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현장 분위기를 잡아주시고 카메라 감독님, 조명감독님도 열정을 갖고 촬영해주시니까 배우들도 잘 따라갔다. 저도 주인공이다 보니까 중심을 잡고 좋은 분위기로 현장을 끌어 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드라마 현장이 굉장히 분위기가 좋게 끝난 것 같다"고 자부했다. 

드라마 ’해치’ 배우 정일우. / rumi@osen.co.kr

드라마 ’해치’ 배우 정일우. / rumi@osen.co.kr
특히 그는 "이번에 연기에 대해 부던히 노력하려고 했던 부분은 최대한 얼굴을 안 쓰면서 연기하려고 했던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데뷔작이 시트콤이고 이후에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서 표정이나 눈이 과하게 나올 때가 있더라. 그런 걸 얼굴로 표현하기 보다는 마음에서 진정성 있게 표현하면 우러나온다 생각해서 최대한 눈과 표정을 쓰지 않고 연기하려고 했다. 그런 것들이 극의 흐름이 지나다 보니 진정성 있게 와닿는다고 해주시더라. 감독님, 작가님이랑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테크닉적인 것보다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는 게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그가 뽑은 명장면은 모든 감정을 다 불어넣은 경종 사망 장면이었다. 극 중 왕세제 연잉군이 경종 사망 당시 오열하는 부분에서 배우로서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느꼈기 때문. 정일우는 "사실 초반에 동생 연령군이 죽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풀샷을 찍고 1시간 쯤 지나서 바스트샷을 찍으면서 저도 모르게 기술적으로 연기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다"며 "그래서 더 경종 사망 장면에 바스트샷도 먼저 찍자고 하고 진정성을 다 해서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엔 편집 됐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제가 콧물을 많이 흘렸다고도 해주셨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일우는 "작가님이 매번 뵐 때마다 미안하다고 하셨다. 캐릭터가 어렵고 극 전체를 끌고 가야 하니까. 그런데 저는 제가 배우 생활하면서 이런 역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저희 주연, 조연 분들께서 정말 연기를 잘하시고 탄탄한 연기력을 갖고계신 분들이 많았다. 이경영 선배님과 한 작품에서는 모든 신이 좋았다. 주고 받는 호흡에서 모든 리액션, 호흡이 자연스럽게 나온 게 '선배님께는 배울 게 만 가지'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문성, 박훈 같은 형들이 굉장히 내공이 깊었다. 형들한테도 연기를 하면서 많은 의견을 물어보고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촬영 전에도 후에도 계속 연락하면서 많은 것을 공유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특히 정문성 형이랑 친형처럼 굉장히 잘 지냈다. 형이 잘 챙겨주고 저도 형한테 연락 잘하면서 드라마 안에서는 갈등 구조를 가진 캐릭터인데 평상시에는 굉장히 둘 도 없는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다. 그런 부분이 이번 작품에서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극 중 로맨스 상대로 호흡한 고아라와 '브로맨스'를 보여준 권율에 대해서도 "호흡은 정말 좋았다"고 자부했다.
작품 중반 고아라가 부상을 입으며 극본이 수정되기도 했던 터. 정일우는 "사실 저희가 방송 3주 앞서 촬영했는데 2주를 날렸다. 그러면서 대본이 굉장히 많이 수정되고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아라가 의지를 갖고 복귀해준 게 고맙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아라가 이번 작품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 오랫동안 활동하는 데에서 그런 부분이 피해를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감수하고 가야 할 부분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해치’ 배우 정일우. / rumi@osen.co.kr
나아가 정일우는 "촬영장을 정말 그리워했는데 복귀하면서 너무 힘들게 해서 제가 '2년의 공백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힘들게 했다. 매일 안 쉬고 지방 촬영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굉장히 달렸다"며 체력적 악 조건을 딛고 열심히 임한 점을 자신했다. 다만 그는 "그런데 복귀할 때부터 든 생각은 사실 감사하게도 제가 데뷔작부터 굉장히 큰 사랑을 받으면서 활동해왔는데 군대 가기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스타라는 건 잠깐 한 순간'이라 생각이 들고, 배우로서 인정받고 나의 직업이다 생각하고 일에 임해야 이걸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제가 욕심나는 역할이면 주인공이 아닌 단역이라도 출연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제게 주어지는 롤 자체가 작아지는 건 당연할 거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배우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음 차기작에서는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흘러가는 대로 내가 지금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하다 보면 온전히 배우로서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 드라마와 영화, 해외 작품들이 들어오고 있다. 아직 결정 안했는데 곧 결정할 것 같다. 앞으로 2년 넘게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 후년까지는 쉬지 않으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배우로서 조금 더 무게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20대처럼 고등학생 역할을 할 수도 없고, 배우가 주는 무게감이 생겼으면 좋겠더라. 연륜이 쌓여야 가능할 것 같다. 제가 감히 이경영 선배님 같은 느낌을 줄 수 없을 테니 제게 연륜이 쌓이면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해치’ 배우 정일우. / rumi@osen.co.kr
최근 절친한 이민호 역시 군 대체 복무를 마치고 소집해제한 상황. 정일우는 "소집해제 날 연락해서 축하한다고 했다. 고생 많이 했다. 대체 복무든 군복무든 고생한 것에 대해선 멋있다고 생각한다. 민호도 열심히 차기작을 고르고 있을 텐데 체력관리 잘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느 둘도 없는 친구니까 민호가 또 복귀작도 성공적으로 치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민호도 제 작품을 계속 보면서 모니터링을 해줬다. '뭐 하느라 연기가 이렇게 좋아졌냐’는 농담도 해줬다.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민호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친구로서의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그는 군 복무 당시 요양원에서 복무하며 삶의 끝자락에 있던 사람들을 지켜보며 느낀 소회를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이 크다는 것. 편집장으로서 이름을 내건 잡지 '크리빗' 등을 창간하며 배우이자 인간 정일우의 삶을 돌아보는 방편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정일우는 더욱 쉬지 않고 달릴 전망이다. "20대 때 가장 후회한 게 공백기들이 길었던 것"이라던 정일우는 "사실 대중은 제가 쉬지 않고 생각하시겠지만 2년, 1년 반 이렇게 쉰 적이 있다. 그때 왜 그렇게 쉬면서 일했나 싶더라. 내가 20대 때 할 수 있던 역할을 지금은 못 한다. 또 지나고 보면 40대 됐을 때 30대 때 할 수 있던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빠르게 차기작으로 돌아올 정일우의 남은 30대를 기대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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