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걸그룹의 이미지를 깨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배우 수영(30)이 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걸그룹 출신으로서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떨리며 어떤 질문에는 부끄러워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자신을 향한 믿음과 연기를 향한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눠봐야 비로소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다고들 하는데, 인터뷰 자리를 통해 서른 살을 맞이한 최수영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9일) 개봉한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필름모멘텀)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다. 수영은 이 영화에서 해커 뺨치는 숨겨진 능력의 소유자 장미(최수영 분) 역을 맡았다.
배우 라미란이 전설의 에이스 형사 미영을, 이성경이 민원실로 좌천된 지혜을 연기한다. 미영과 지혜는 시누이, 올케 사이이자 강력계 형사다. 수영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조연으로서 특급 존재감을 과시한다.
수영은 이날 “제가 언젠간 작품을 통해 ‘장미 같은 캐릭터를 만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통해 가장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캐릭터를 만났다는 게 감사하고 설레는 일이었다”라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수영은 영화 제작사 필름모멘텀 대표와의 인연을 통해 ‘걸캅스’에 출연하게 됐다.
수영은 “대본으로 봤을 때는 장미 캐릭터가 되게 재미있었다. 웃으면서 봤는데, 여태껏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잘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근데 제가 기대했던 장미보다 덜 나온 거 같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감독님이 좋게 얘기해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봤다”고 말했다.
제안을 받았다는 수영은 “제작사 대표님께서 과거 제가 ‘한밤의 TV연예’ MC 를 할 때 같은 MC였던 윤도현 선배님 덕분에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제가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대표님이 ‘내가 영화를 하게 되면 꼭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진짜로 연락을 주셨다. 주신 대본이 제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는데 저로서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확히 기억나는 게 제가 그 날 교회에 있던 날이었다. 대표님의 전화를 받고 어떤 캐릭터든 도움을 드리는 게 낫겠다고 싶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도 일단 대표님의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수영아 너가 할 만한 역할이 있다’고 하셨을 때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스케줄만 되면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일단 첫 대사부터 마음에 들었다. 되게 설레는 마음으로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합류 과정을 떠올렸다.
장미 캐릭터를 연구하긴 했지만 시나리오에 충실했다는 수영은 “‘걸캅스’는 감독님이 생각하신 게 있어서 그것을 재현하는 게 제 몫이었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 제가 표현한 게 혹시 아니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감독님도 확실한 유머 코드가 있었다. 긴장만 하다가 막상 제가 웃을 수 있었던 순간은 라미란 언니가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재미있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다.(웃음) 굉장히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코믹연기가 이렇게 어렵다는 걸 ‘걸캅스’를 통해 몸소 느꼈다. 라미란이라는 배우와 같은 작품을 했다는 게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앞으로 다른 작품에서 장미 같은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만약 ‘걸캅스’가 시리즈물로 나온다면 제가 장미로서 꾸준히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수영은 차진 욕을 사용하는 장미를 소화하기 위해 지인에게 욕을 배웠다고 한다. “감독님이 ‘장미의 욕설이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날부터 ‘내가 욕을 어떻게 해야 맞을까?’ 고민했다. 생각도 웃기고 말하는 것마다 재미있는 아는 언니가 있는데, 그 언니를 만나 맛깔 나는 말투를 배웠다. 주변 지인을 통해 장미 캐릭터에 참고를 했다. 현장에서는 라미란 언니가 조언을 해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걸캅스’를 끝내고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말투가 너무 편해져서 ‘아~ 내가 빨리 변해야 겠다’고 생각했다(웃음). 말투뿐만 아니라 행동도 장미스러워져서 그런 부분도 정갈하게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수영은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신인 가수일 때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목표가 없다는 대답을 했었다. 배우도 제작자, 스태프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다양한 선택지에 놓이는 사람이고 싶다. 수영이라서 배제되는 게 아니라 선택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최근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를 본 수영은 배우 엠마 스톤의 연기에 반했다고 했다. "너무 좋았다. 그 분은 자신이 갈 길을 정확히 정하신 것 같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웃음). 모든 시나리오가 그 분에게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가수의 이미지를 깨고 싶다기 보다 사람 최수영을 보여주고 싶다 .아직까지 소녀시대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다시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수로서)화려한 외투를 보여줬다면 앞으로 다양한 외투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소녀시대, 걸그룹 이미지를 떼고 벗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시작이 소녀시대였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는데, 그걸 벗어 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양한 캐릭터가 어울리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대를 생각해보면 엄청 나게 빨리 지나간 거 같다. 많은 일을 했는데,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하는 시기인 거 같다. 누가 그러는데 이제는 선택하지 않은 것도 감당하는 것이라고 하더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것도 극복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웃음).”/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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