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한화 1군 캠프에는 오선진(30)과 김회성(34)이 없었다. 정은원 노시환 변우혁 등 새로운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왔고, 10년 넘게 기회를 받고도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두 선수는 경쟁 선상에서 밀렸다. 어느 누군가는 “이제 거의 끝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올해 1군 기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들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게 냉정한 현실이었고, 팬들의 기대치도 거의 없었다.
1군 캠프에서 빠진 오선진은 일본 고치 2군 캠프, 김회성은 서산 잔류군에서 몸을 만들었다. 자칫 의욕을 잃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도 있었지만 두 선수는 달랐다.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준비했다. 선수 생활의 벼랑 끝, 전력 외 위기에서 팀의 구세주로 돌아왔다. 10년 넘게 따라붙은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위기의 팀을 구하는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지난 2008년 데뷔 첫 해부터 백업 내야수로 1군에서 뛴 오선진은 2012년, 2017년 반짝했지만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김회성도 200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하며 ‘거포’ 자질을 인정받았으나 잦은 부상으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어느 순간 조금씩 잊혀진 존재가 되어갔다.


하지만 올 시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선진은 개막 5경기 만에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하주석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우고 있다. 주전 유격수로 36경기 타율 2할9푼9리 32안타 2홈런 13타점 OPS .808로 깜짝 활약 중이다. 수비 폭은 넓지 않지만 범위 내에 오는 공은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오선진은 9일 문학 SK전에서 8회 솔로포에 이어 9회 스리런포로 연타석 홈런을 폭발했다. 통산 홈런 10개에 불과했던 그의 데뷔 첫 연타석 홈런. 오선진의 활약 속에 한화는 SK 3연전 싹쓸이패를 모면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오선진은 부모님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스스로 ‘못난 아들’이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흘려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적셨다.
김회성도 주전은 아니지만 25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11안타 1홈런 8타점 OPS .881로 순도 높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전 롯데전, 4일 대전 KT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해결사로 떠올랐다. 특히 KT전에서 끝내기 역전승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 어린이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다. 9일 SK전에도 김회성은 9회 쐐기 솔로포로 시즌 마수걸이 홈런 손맛을 봤다.

이제 어느덧 오선진은 서른줄에 접었고, 김회성도 30대가 꺾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더딘 성장세로 팬들의 애를 태웠다. 호된 꾸지람도 자주 들었지만, 두 선수 모두 버티고 버텨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남들이 끝을 말할 때 보란 듯 기회를 움켜쥐었다. 진한 눈물을 자아낸 두 선수의 야구가 이제 막 꽃을 피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