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탈의 연관검색어에 'KBS 영상조작' '대림동 여경 조쟉' '대림동 여경 KBS 조작'이란 키워드들이 줄지어 떴다. 인터넷 카페에도 'KBS가 여경 사건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공영방송 KBS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논란은 얼마전 방송된 '경찰 뺨 때린 남성 2명 구속..적극 대응'이란 제목의 뉴스에서 비롯됐다. 뉴스 속 앵커 멘트는 이렇게 시작된다.
'최근 서울의 한 술집 앞에서 술 취한 남성들이 경찰관을 때린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인터넷에 올랐는데 현장에 함께 있던 여성 경찰이 취객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반박하면서 경찰이 오늘 전체 전체영상을 공개했는데 함께 보시죠. OOO기자입니다."
사건은 지난 13일 서울 구로동 한 술집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경찰이 제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만취한 40대와 50대 중국 동포 남성 2명이 출동한 남녀 경찰관을 상대로 행패를 부렸고 결국 체포됐다. 흔히 보는 취객 소동 가운데 하나였을 뿐. 하지만 제압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이 제 몫을 못했다는 식의 동영상과 글들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KBS의 이날 뉴스도 취객 사건이 아니라 이로 인해 촉발된 여성 경찰관 폄하를 주제로 삼았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 구조로 자리잡은 젊은 세대의 남녀간 성대결 기조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취재 기자의 마무리 멘트가 이같은 보도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여경은 침착하게 미란다 원칙까지 고지합니다." "일부 영상만 퍼지면서 여성을 바라보는 왜곡된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입니다."
사실 기자 개인적으로 논점은 뛰어난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여성 경찰관이 취객 진압에서 길 가던 남성 행인의 도움을 청하는 등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은 수긍하기 어렵다. 폭력 등 강력 사건 발생시 제 몸 살리자고 움추리거나 은근슬쩍 피하는 일부 남성 경찰관의 추태가 드러난 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 적어도 동영상 속 이 여경은 어떻게든 뭔가 해보려고 애썼지, 동료만 남기고 내빼려는 치사한 모습은 조금도 없었다.
'구로동 여경 논란'이 확대되면서 경찰 측이 KBS 등 언론에 원본 동영상을 제공한 이유도 '해당 여경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뉴스에서 인용한 경찰 멘트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여경에 대한 성차별적 악플을 차단하려는 KBS 뉴스와 경찰의 진심은 영상 편집 하나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보도 영상에 등장하는 여경의 취객 제압 후 "경찰 방해죄로 현행범 체포한다"는 미란다 원칙 고지 장면이 편집으로 밝혀지면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았던들, 뉴스 보도에서 이 정도의 편집은 조작 시비를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오히려 "여경 다 없애라"며 과정의 한 단면만을 갖고 여경에게 돌을 던지던 악플러들에게 "먹고 힘내라"고 떡을 던져준 셈이다.
kbs 뉴스 측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의 시간상 제약, 블랙화면 속 오디오라는 점 때문에 부득이 옮겨 편집한 것일 뿐"이라며 '여겨의 대응에 대해 영상의 일부분을 보고 여경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실제 풀영상에서는 일부 조력을 받은 정황도 있지만 여경이 적극적으로 대처, 결과적으로 현행범을 제압했다는 점을 뉴스를 통해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본의 진보성향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서 다큐멘타리의 정의를 '다양한 해석 가운데 한 가지 해석을 자기 나름대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내렸다. 다큐멘터리의 조작이나 연출 논란 등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린 셈이다. 세상에 객관적 진실을 담는 다큐멘터리란 없다고.
하지만 뉴스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고레에다의 이같은 관용의 폭도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뉴스란 말그대로 객관적인 사실을 전제로 하기에. KBS의 이번 보도가 못내 아쉬운 배경이다./mcgwire@osen.co.kr
<사진> KBS 뉴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