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자랑스러운 한국계 비주얼 디렉터 앤디박이 ‘문제적남자’에 떴다.
20일 방송된 tvN ‘문제적남자’ 208회에서 전현무, 이장원, 김지석, 타일러, 하석진, 박경은 각각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나오는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그루트, 캡틴 아메리카, 블랙팬서, 로켓 라쿤 분장을 하고 나왔다.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게스트가 바다 건너 마블 스튜디오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계 인재였기 때문.
이름은 앤디박이었다. 마블 스튜디오의 비주얼 개발 총괄 책임자인 그는 마블 최초의 한국계 비주얼 디렉터였다. 2010년부터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마블’ 등 마블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대부분을 만든 엘리트였다.
앤디박은 “지금 여러분이 분장한 캐릭터 대부분을 제가 만들었다. 캐릭터, 의상, CG 캐릭터를 디자인했다. 의상 디자이너들과 함께 배우들을 위한 의상도 직접 디자인한다. 마블 영화가 20편이 넘는데 캐릭터마다 어떻게 차별화를 보여줄지 고민을 많이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자신의 마블 최애 캐릭터는 앤트맨과 왓스프였다. 앤디박은 “앤트맨과 왓스프를 디자인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호크아이나 블랙 위도우도 좋지만 그들은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 앤트맨과 왓스프는 만화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들은 1960년대 히어로다. 그래서 최첨단 히어로인 아이언맨처럼 섹시할 수가 없다. 앤트맨은 우주복을 참고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어 그는 “반대로 아이언맨 복장은 사람이 스포츠카를 입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양한 스포츠카를 참고했다. 차의 라인과 형태를 사람 몸에 구현하도록 노력했다”며 “우리 팀은 영화 제작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다. 그래서 시나리오 쓰는 동안 캐릭터를 만든다. 배우가 캐스팅 되기 전이다. 대본이 나오기 전에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끔은 캐스팅 됐으면 하는 배우를 생각하며 그리기도 하는데 한 번도 안 됐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마블은 스포와의 전쟁을 자주 선포한다. 계약 1조 1항 역시 비밀 유지 내용이라고. 앤디박은 “친구들이 다음 스토리를 궁금해 하지만 말해 줄 수가 없다. 아내도 마블 팬이라 오히려 스포를 싫어한다”며 “2008년 ‘아이언맨’의 탄생과 함께 마블 스튜디오의 규모가 커졌다. 작품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건 이전에 할리우드에서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마블이 디즈니에 23조 원에 인수됐다”고 자랑했다.
앤디박은 마블 입사 조건에 관해 “미술에 대한 기본기, 채색, 드로잉, 색, 음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인체 구조도도 알아야 한다. 탄탄한 미술의 기본기가 필요하다. 또한 우수한 디자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 코스튬 복장을 히어로들이 실제처럼 입고 싸울 수 있게 해야 하니까”라고 노하우를 귀띔해줬다.
비록 이날 방송에서 앤디박은 뇌풀기 문제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을 이끌어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매번 최선을 다했다. 자신이 탄생시킨 히어로로 변신한 문제적 남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즉석에서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려주기도.
앤디박은 “마블에서 일하며 제 꿈을 키우고 있다. 훗날에는 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제가 만든 캐릭터로 저만의 만화책을 꾸려서 영화 드라마로 만들는 게 최종 꿈”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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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문제적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