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제이크 톰슨의 갑작스런 난타에 대한 정황상 충분히 의심이 가는 대목이 있다. 투구 습관이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게 바로 그것. 4년 전, 팀 동료인 브룩스 레일리 역시 비슷한 고난을 겪었기에 레일리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톰슨은 지난 19일 고척 키움전 선발 등판해 2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7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피안타, 최다 실점 경기로 톰슨 답지 않은 투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앞선 등판이었던 14일, 사직 LG전 9이닝 3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최고의 하루를 보냈던 톰슨이었지만, 한 경기 만에 최악의 투구로 고개를 숙였다. 의기양양했던 기세가 완전히 꺾이는 경기였다.
문제는 단순한 난조로 보기 힘들다는 정황들이 포착됐기 때문. 톰슨은 기본적으로 투심과 커터,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 다양한 구종과 무브먼트로로 승부를 펼치는 유형이다. 릴리스포인트가 썩 일정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구종들이 스트라이크 존 안에 형성되면 타자들이 정타를 만들어내기 힘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타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톰슨이 갖고 있는 무기였다. 무너지더라도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지, 타자들의 집중타가 문제 되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키움전의 경우 톰슨은 이전과 달리 집중타를 얻어맞았다. 큰 제구 난조는 없었지만, 타자들이 톰슨의 구종을 기다렸다는 듯이 정확하게 받아치면서 톰슨을 고난에 빠지게 만들었다. 모두를 의아하게 만든 이전과 다른 난조의 패턴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톰슨의 피안타율은 2할1푼1리였지만 이후 2할3푼9리로 거의 3푼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완봉승을 계기로 분위기를 회복하려는 찰나에 나온 톰슨의 집중타는 충분히 고민을 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이런 난조에 의심이 가는 부분은 투구 습관의 노출이다. 상대 팀들이 이제는 분석 끝에 톰슨의 구종별 투구 습관을 포착한 뒤 한 구종에 대한 정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타석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구종을 갖고 무브먼트가 심한 공을 던지는 톰슨이 난타를 당했다는 것은 투구 습관이 완전히 노출됐다는 것 외에는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이날 경기 후 한 방송사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도 톰슨의 투구 습관 노출을 의심하기도 했다.
투구 습관이란 것은 커리어 내내 반복했던 선수들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한 순간에 쉽게 고치기 힘들다. 톰슨 역시 마찬가지일 터. 투구 습관 노출로 고생을 한 투수들도 여럿 있기에 현재 닥쳐온 고난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향후 등판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톰슨의 고난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선수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팀 동료 레일리다. 레일리 역시 KBO리그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5년 투구 습관이 노출되면서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 레일리의 특정 투구 습관이 노출되며 상대 팀들의 표적이 됐고, 이후 특정 습관만 타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후 레일리는 이 투구 습관을 교정하는데 성공했고, 이제는 별 다른 징후를 찾아내 것이 쉽지 않아졌다. 오히려 노출된 투구 습관을 역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톰슨의 투구 습관이 노출된 것이 맞다면, 수정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한순간에 이를 수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롯데 투수진의 안정, 그리고 개인의 반전과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필히 해내야 하는 과정이다.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톰슨은 레일리처럼 투구 습관 노출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톰슨의 다음 등판은 오는 25일, 사직 LG전이 유력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