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선이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이스트드림시노펙스)에서 엄마의 양면성을 드러냈다.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던 ‘검은 집’(감독 신태라, 2007) 속 신이화 못지않게 소름 돋는 얼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3년 발생한 ‘칠곡 계모사건’을 모티프로 삼은 ‘어린 의뢰인’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번번이 로펌 면접에서 낙방하던 취준생 정엽(이동휘 분)은 자신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호방한 기질을 가진 인물이다.
누나 미애(고수희 분)의 구박과 멸시에 못 이겨 로펌에 합격하기 전까지 동네 복지관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맞벌이 부모를 둔 다빈(최명빈 분), 민준(이주원 분) 남매를 만난다. 두 아이는 학교 친구들이 다니는 흔한 학원 하나 다니지 못하고 하교 후에도 둘이서 노는 조금은 특별한 남매.
다빈은 같은 반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도 높고 장기자랑을 선보일 정도로 밝은 아이지만 알고 보니 부모의 학대에 노출돼 내면에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부모의 사랑이 고팠던 이들 남매는 아빠처럼 놀아주는 정엽을 의지하게 되고,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닌다.
정엽은 로펌에 합격하기 전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놓았기 때문에, 어차피 헤어질 아이들이라고 여기고 한정된 아량을 베푼다. 결국 원하던 로펌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정엽. 어느새 서울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그는 얼마 후 다빈이 동생 민준을 죽였다는 보도를 접하고 충격에 휩싸인다. 유선은 엄마 지숙 역을 맡아 아동학대를 일삼은 두 얼굴의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로 2017년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유선이 이 같은 캐릭터를 선택하기 고민됐음에도 경각심을 일깨우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출연하기로 했다. 남들 앞에서는 다정하고 상냥한 태도를 보이다가 집에서 아이들과 단둘이 있을 때에는 급변하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의심의 여지 없는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인간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끔찍한 아동학대 사례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어린 의뢰인’의 모티프가 된 칠곡 계모 사건이 발생했던 지난 2013년부터 영화의 개봉을 앞둔 현재까지도 말이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아직은 홀로 살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했고,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인데 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은 도대체 인간이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아동학대는 비단 의붓 자식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친자식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는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어린 의뢰인’이라는 영화 한 편을 통해 현재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내 주변에 사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아동학대 범죄로 인한 처참한 희생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5월 22일 개봉. /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