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지난 21일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로 공개된 가운데, 주요 외신들도 여러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호평 일색이다.
제72회 칸영화제의 유일한 한국 영화 경쟁 부문 진출작인 '기생충'이 지난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2,3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첫 공식 상영을 가졌다.
앞서 이날 레드카펫 행사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으로 인연을 맺은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등은 뤼미에르 극장 앞의 레드카펫을 걸으며 세계 각국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오후 9시 59분 극장에 들어와 착석했다. 봉준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틸다 스윈튼은 공식 상영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기생충'을 관람했다.
영화가 끝나고, 밤 12시 7분부터 뤼미에르 극장의 모든 관객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고, 그렇게 시작된 기립박수는 8분이나 이어졌다. 곳곳에서 환호와 감탄이 터져나왔다.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리듬을 맞추면서 박수를 쏟아냈다. 봉준호 감독은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관람해 준 관객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가자"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칸 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며 애정을 가득 담은 표현을 했다.
외신 가디언 피터 브래드쇼는 "영화 '기생충'은 덩굴손처럼 뻗어 와 당신 속으로 깊숙이 박힌다", 유력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2003년 '살인의 추억'이래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다"며 호평했다.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당신의 피부 아래로 파고들어와 이빨을 박아 넣는 영화",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활력 있고 타이트하게 조율된 코미디인 '기생충'은 무척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철저한 완성도를 가진 스토리로, 정점으로 돌아온 봉준호 감독을 보게 한다"고 밝혔다.
인디와이어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라며 "전작들을 모두 합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버라이어티는 "단일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들로 유명한 이 장르 변주의 신은 코미디, 호러, 드라마, 사회적 발언, 크리쳐 영화, 살인 미스터리, 채식주의의 성명서와 같이 장르의 계단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밟아왔다. '기생충' 또한 이 리스트의 절반 이상에 해당할 구간을 오간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왔던 그 어떤 전작보다, 웃음은 더 어두워졌고, 분노의 목소리는 더 사나워졌으며 울음은 더 절망적이다. 봉준호가 돌아왔다. 가장 뛰어난 형태로"라며 거장의 작품을 반겼다.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마더'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한국영화다.
공식 상영 하루 전 공개된 최종 보도자료에는 봉준호 감독이 직접 쓴 메시지가 담겨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는 보도자료 서문에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라며 지나친 스포일러 리뷰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제72회 칸영화제는 오는 25일 오후 폐막하며, 경쟁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총 21편이 진출했다.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발표된다./hsjssu@osen.co.kr
[사진] CJ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