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마동석이 생애 첫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부터 '존윅3'를 거절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지난 23일 오후 4시 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Stage2, Le Studio에서는 제72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 '악인전'의 이원태 감독과 배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의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되었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은 물론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확정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도 청불 등급 핸디캡을 극복하고, 개봉 4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신작 '알리딘'의 공세에도 흥행 1위를 지키면서 누적관객수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22일 오후 10시 30분(현지시간)에는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공식 상영됐고, 극장에서는 5분 동안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에 이원태 감독과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등은 감격적인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화답했다.
이후 이탈리아 Tucker Film 사브리나 바라체티 대표는 "갱스터 영화의 게임의 법칙을 깨는 놀라운 영화다. 강렬하고, 재미있고, 모든 캐릭터가 우아하게 멋지다", 동유럽 Polmedia Film 마시에 타라스 대표는 "근 3년간 봤던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다. 범죄액션 장르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오락영화", 프랑스 배급사 Metropolitan의 시릴 버켈 구매 총괄은 "좋은 영화는 콘셉트가 모든 걸 보여주는데, 조폭, 경찰, 악마라는 강렬한 제목과 영화의 콘셉트만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이 대단하다", 영국 Vertigo Releasing사의 구매 담당 에드워드 카프레이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한국영화의 첫 영국 배급작으로 '악인전'을 선택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고, 흥미로운 콘셉트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의 조합이 멋진 장르 영화의 탄생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마동석은 "몸은 힘들지만, 어쨌든 감사하게 생각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영화 상영 후에도 칸영화제 임원, 많은 프로듀서, 외국 영화 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인사를 해주고, 호평을 해주더라. 각자 느낀 배우들의 좋았던 모습을 얘기해 주고, 액션이 좋았다고 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 우리 영화가 200만을 넘겨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영화는 대중과 많이 소통하고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서 찍는다. 영화제가 목적은 아니지만, 칸에 와보니 정말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김무열은 "오전에 포토콜을 하는데, 한국 기자 분들이 '무열 씨 여기요'하는 멘트를 들었다. 이런 말이 얼마나 귀에 쏙쏙 꽂히는지 모르겠더라.(웃음) 확실히 타지에 나오니까 동포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 김성규는 "처음 외국 영화제에서 인사 드리게 돼 영광이다. 어제의 기억을 잠깐 해보면, 좋은 곳에서, 편안한 선배들과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나 역시도 어제의 신난 기분들을 사진과 기사로 보니까 너무 들뜬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더라. 즐겁고, 값진 경험을 했다"며 각각 소감을 말했다.
"상영이 끝나고 함께 맞춘 포즈가 있느냐?"는 질문에 마동석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손을 흔들자고 했는데, 호흡이 안 맞았다. 여태껏 영화를 찍었는데 아직도 호흡이 안 맞다.(웃음) 서로 눈치만 보다가 못했다"며 "뤼미에르 극장에 입장할 때 몇 천명의 관객들이 우리를 기다리면서 앉을 때까지 박수를 쳐주더라.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도록 날 도와준 분들, 내 영화에서 날 많이 받쳐주신 분들, 살면서 도움 주신 분들, 가족들, 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써주신 기자님들을 대신해서 내가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즐겁고 당당하게 하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도 들어가면서 살짝 움찔했다"고 털어놨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뤼미에르 극장에서 '악익전'을 다시 본 마동석은 "사운드가 그 전의 어느 극장보다 강했다. 내가 상대방을 때리는 장면에서 진짜 누가 죽을 것 같더라.(웃음) 그래도 타격감 때문에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무열은 "뤼미에르 극장에서 보는데 동석이 형이 초반에 펀치치는 장면은 나도 깜짝 놀랐다. 소리가 커서 임팩트가 대단했다"며 공감했다.
'악인전'은 최근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확정했다. BA엔터테인먼트와 마동석이 이끄는 창작집단 팀고릴라가 실베스터 스탤론의 발보아 픽쳐스와 '악인전'의 리메이크 제작에 최종 합의했다. 마동석은 미국 리메이크작에서도 연쇄살인마의 습격을 받은 조직 보스 역을 다시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앞서 실베스터 스탤론도 칸영화제를 찾은 가운데, 마동석과의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마동석은 "어차피 작품을 같이 리메이크 하기로 해서 수없이 볼 사이다. 우리는 스케줄이 내일 아침에 서울로 떠나야 해서 칸에서는 못 볼 것 같다. 다음에 보는 걸로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마동석은 '부산행'(2016)에 이어 '악인전'(2019)까지 칸영화제에 두 번째 초청됐다. 지난 번 '부산행'이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상영 됐을 땐,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부산행이 칸에서 상영되고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게 넷플릭스로 넘어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됐다. 내가 초반에 느낀 것은 미국 영화 관계자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작품 얘기도 하지만, '부산행' 이후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 것도 사실이다. 내가 놀란 것은 외국 프로모션을 갔을 때 미국 현지에서도 나한테 자꾸 '부산가는 기차'라고 하더라.(웃음) 미국인들까지 알아보는 게 신기했다. 나한테 자꾸 기차라고 했다. 그런 부분들이 쌓여가면서 사람들이 내 영화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마동석은 "실제로 '범죄도시' 때 영화 관계자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범죄도시'를 같이 미국식으로 만들자는 얘기도 했다. 일단 '범죄도시'는 한국에서 시리즈로 하고 싶었던 것이라 그런 얘기는 오가지 않았고, 그렇게 되면서 칸에서 상영된다는 것은 나에겐 다른 분들보다 의미가 있다. 이번 '악인전'도 큰 의미가 있다. '부산행' 때 못 왔는데 그게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에너지를 모아 한 번에 온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미소를 보였다.
국내 영화계에서 '열일' 행보는 물론 마블의 '이터널스' 출연 논의, 그리고 할리우드에서도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마동석은 이 자리에서 또 다른 할리우드 영화를 제안 받았던 사실을 깜짝 고백했다.
마동석은 "'악인전' 때문에 '존윅3'를 못했다. 채드 감독님이 내 액션을 좋아해주셔서 '존윅3'가 제작될 때 불러주셨는데 아쉽게 출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존윅3: 파라벨룸'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으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는 6월 26일 국내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어 "'악인전'을 리메이크하는 미국 영화사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 말고도 여러 미국 영화사와 접촉하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중에라도 재밌는 소식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hsjssu@osen.co.kr
[사진] 칸영화제 공식 사이트, 키위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