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입을 모아 말하던 '대세 밴드'가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렸다. 멤버 유영현이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리더 최정훈이 아버지와 관련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결국 잔나비는 이 3일간의 롤러코스터에 공연 중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잔나비는 25일 경북 경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수원 페스티벌 2019'에 참석했다. 하루 전인 지난 24일, 멤버 유영현이 공식적으로 탈퇴한 뒤에도 빡빡한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하고 있는 잔나비는 최정훈, 김도형, 장경준, 윤결 등 네 명의 멤버만 무대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천국에서 지옥을 경험한 이들을 위로하듯, 관객들은 뜨거운 호응을 보냈고, 결국 최정훈은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부르다 눈물을 쏟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 잔나비가 뜨거운 감자가 된 만큼, 이 소식조차 빠르게 전달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앞서 잔나비는 지난 23일 온라인상에 "잔나비 멤버에게 당했던 학교폭력을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다른 친구들보다 말이 살짝 어눌했던 나는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반응이 웃기다고, 재미있다고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치고, 비닐봉지를 얼굴에 씌우고 내 사물함에 장난쳐놓는 건 기본이었다"고 폭로했고, 이 같은 소식에 소속사 페포니 뮤직은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결국 다음 날인 24일, 소속사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유영현임을 밝히며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본인에게 직접 사실 관계를 확인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현재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있으며,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활동을 중지하기로 했다. 유영현은 진심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구할 것이며, 다른 멤버들도 이로 인해 피해를 받으신 분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용서를 구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잔나비가 스케줄을 그대로 소화하며 다소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마무리되려던 찰나, 지난 24일 SBS '8뉴스'는 성접대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사업가 최 씨에게 3000만 원이 넘는 향응과 접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8뉴스'에 따르면 유명 밴드 멤버인 최 씨의 아들을 포함한 두 아들이 최 씨 회사의 경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으며 실제로 두 아들이 회사의 1, 2대 주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이러한 보도를 통해 누리꾼들은 유명 밴드 멤버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을 의심했다.
논란이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자 소속사는 다음날인 25일 "해당 내용은 일절 사실이 아니며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고, 최정훈도 자신의 SNS에 "처참한 마음을 안고 글을 쓴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최정훈은 "유년, 학창 시절 아버지 사업의 성업으로 부족함 없었지만 2012년 경 아버지 사업이 실패하면서 그 이후로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사업적 재기를 꿈꾸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필요한 명의를 드린 적은 있다.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건 그 때문이다"라고 설명했고, 제보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협박을 하고, 아버지 일을 방해하려 없는 일을 만들어내 고소한 일도 있었다고 밝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최정훈은 "제 진심과 음악과 무대 위에서 보여드린 모습들이 위선으로 비춰지는 게 죽기보다 두렵다. 제 진실을 아시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부탁드리고 싶다"면서 "부디 작게나마 힘이 되어 달라. 너무 너무 무섭고 힘들고 아프다.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이처럼 지난 2014년에 데뷔, 4년간의 무명 생활 끝에 '대세 밴드'로 거듭났지만 여러 가지 논란으로 단 3일 만에 추락, 결국 공연에서 눈물까지 보인 잔나비. 멤버 유영현과 관련된 사항은 인정했지만 최정훈 아버지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한 이들이 과연 진실을 밝혀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아니면 이대로 '대세 밴드'의 타이틀을 놓게 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nahe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