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순간을 회상하면서 "후배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후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공식 기자회견 직전, 일부러 시간을 내 한국 취재진들이 모인 프레스 룸을 찾았다. 시상식에서 받은 황금종려상을 직접 들고 와서 보여주기도 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소감을 묻자 송강호는 "나도 봉준호 감독과 같은 마음이다. 우리가 잘해서 받는다기보단 한국영화인들이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응원하고 격려해주셔서 오늘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한국영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점점 황금종려상 발표가 다가올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라는 질문에 송강호는 "사실 현재 위대한 감독들이 함께했는데, 이름이 안 불리면 안 불릴 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웃음) 긴장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렸던 것 같다"고 답했다.
칸 집행위원회 측은 이날 오후 12시가 넘어서 '기생충' 감독과 배우에게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취했다. 폐막식 참석은 곧 본상 수상을 의미한다.
송강호는 "그 연락이 12시 41분에 왔다.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에 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 40분이 피를 말리더라. 그래서 힘들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금종려상에 이름이 불리고 누구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나?"라는 질문에 송강호는 "나도 마찬가지로 스태프, 후배 배우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함께 고생한 동료 배우들을 언급했다.
한편, 한국 영화는 역대 칸영화제에서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제5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같은 해 단편부문에 출품해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본상에 해당하는 경쟁 부문에서는 지난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2019년 경쟁 부문)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고, 이번에 처음 본상을 수상했다. 생애 첫 본상이 황금종려상이다.
[사진] 하수정 기자 hsjs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