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기생충' 황금종려상, 한국영화 100주년 큰 선물"(기자회견 종합)[72회 칸영화제]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6 10: 46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

수상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등 다양한 나라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았다.
일본 취재진은 "정말 원더풀, 원더풀한 영화였다. 한국적인(domestic) 영화라고 언급했지만 모두가 당신의 영화를 좋아했다. 왜 그런 말을 했나?"라고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미리 엄살을 좀 떨었다. 그 말을 한 장소가 한국 기자회견 장소 였는데, 일단 칸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끼리 킥킥거리며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한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에 관한 이야기이고, 가족의 이야기라서 전 세계 보편적으로 이해될 것이란 생각은 처음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취재진은 "황금종려상을 탄 최초의 한국 감독이다. 한국 감독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라고 물었고, 봉준호는 "마침 또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답했다. 
올해는 1919년 10월 27일 개봉한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 이후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뜻깊은 해다.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
한국의 취재진은 "장르영화의 쾌거라는 생각이 든다.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했고, 봉준호 감독은 "굉장히 고마운 질문"이라며 "'기생충'이란 영화도 내가 해오던 작업을 계속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내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수기도 하고, 장르를 이상하게 뒤섞거나 여러가지 유희를 하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장르영화 감독인데,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이 내 스스로도 실감나지 않는다. 심사위원장이 전원 만장일치였다고 얘기해서 더더욱 놀랍다. 장르영화 만드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굉장히 기쁘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진화라는 평도 듣고 있다. '봉준호 유니버스'에서 '기생충'은 어떤 위치를 갖느냐는 질문에는 "유니버스라고 하면 마블 영화하시는 분들이 잘 아는 것인데, 나는 잘.."이라며 웃었다. 이어 "이것은 일단 내 7번째 영화이고, 8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봉준호가 곧 장르라는 평이 가장 감격스럽고 듣고 싶었던 코멘트였다"고 했다. 
한 미국 취재진은 "정말 어메이징한 영화였다. 많은 메시지가 있는데 북한 정치 관련 장면도 있다"며 궁금해했고, 봉준호는 "영화에서 한 여자 캐릭터가 북한 TV뉴스 앵커를 흉내내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메시지라기보다 영화적 농담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하는 분들이 그러한 소재를 많이 쓰기도 하다.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유머다"고 답변했다.
'기생충' 포스터
또, 영국 취재진은 "당신은 로컬 영화를 만들었지만 굉장히 세계적이다. 당신이 어떻게 영화에 접근하고 여러가지 장르를 혼합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고,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장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다. 인물과 사건을 막 쓰는 편이고, 시나리오를 항상 커피숍에서 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장면이 어떤 장르적 분위기인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영화를 다 찍고 완성하고 나면 나도 고민해본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괴물'이었다. 나는 원래 다른 몬스터 영화를 싫어했다. 1시간 30분 동안 몬스터가 등장하는 걸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괴물'에서는 30분 만에 괴물을 등장시켰다"고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영화 100주년에 의미있는 일이 만들어졌고, 중요한 사건이다. 이 수상이 한국영화에 큰 흐름을 만들 것 같다. 어떤 식으로 흘러가길 바라는지 기대감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이 나왔다.
봉준호 감독은 "2006년도에 시네마테크프랑스에서 대규모 김기영 감독님 회고전을 한 적 있어서 참여했다. 당시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생충'이란 영화가 많이 관심 받게 됐지만, 내가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김기영 감독님처럼 많은 역사 속에 위대한 한국 감독님이 계신다. 한국영화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많은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장예모,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을 능가하는 한국영화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올 한해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
한편, 한국 영화는 역대 칸영화제에서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제5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같은 해 단편부문에 출품해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본상에 해당하는 경쟁 부문에서는 지난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2019년 경쟁 부문)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고, 이번에 처음 본상을 수상했다. 생애 첫 본상이 황금종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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