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운데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일제히 메인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25일 오후(현지시간) ‘칸: 봉준호의 기생충 황금종려상’이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심사위원단과의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한국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황금종려상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오후 7시 15분 진행된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간 국내 영화가 감독상, 심사위원상 및 심사위원 대상, 여우주연상, 각본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황금종려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할리우드 리포터 측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빈 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지난 1994년 열린 제4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펄프 픽션’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버라이어티도 같은 날 온라인을 통해 “72회 칸 국제영화제가 만장일치로 한국의 봉준호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다”라고 보도했다.
상영 전 할리우드 리포터 측은 “봉준호 감독의 기존 작품에서 장르를 뒤섞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특별한 재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베니티 페어는 칸 영화제 특별판에서 올해 상영작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이 영화를 꼽기도 했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 희비극. 한국 사회의 계급 및 계층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풍자했다. 전 세계 평단은 계층 문제가 결코 한국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매겼다. 20개국 기자 및 평론가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힙입어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 판매 신기록을 수립했다.
올해의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이 영화는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며 부드러운 방식으로 (사회 계층문제를)이야기하는 예기치 않은 방법의 신비를 느꼈다”며 “한국의 영화지만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얘기를 그렸다. 우리가 그것을 보았을 때 우리 모두는 매혹됐다. 만장일치의 결정이었다”고 황금종려상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고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 했다.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며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대한민국 영화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이에 봉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하고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감사하다는 말로 기쁜 심경을 표했다. / watch@osen.co.kr
[사진]ⓒ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