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51)가 영화감독 데뷔 25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연출자 개인으로서도 뿌듯한 일이나,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에 출품한 이후 첫 대상 수상이라는 점에서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더불어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기도 해 여러 모로 의미가 깊은 수상으로 남게 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영화 역사 최초로, 수상 직후 국내 취재진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이 봉 감독의 수상을 메인 뉴스로 보도했다. 황금종려상은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각국 영화 중 한 해의 1등이자, 대상에 해당하는 위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을 시상한 이유에 대해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독특한 경험이었다”며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것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극찬했다.
이 영화는 온 가족이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회에 만연한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풍자했다는 영화의 감상평이 우세하다.
‘기생충’은 지난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된 이후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3.5점(4점 만점)을, 아이온 시네마에서 4.1점(5점 만점)을 받았다. 20여 편의 경쟁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은 것.
봉준호 감독은 수상 직후 “나는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소감)준비를 못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봉 감독은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을 기획한 의도에 대해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영화적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었다.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 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등 출연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라며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송강호”에게 영광을 돌렸다.
폐막식까지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준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봉준호는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 영화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2006), ‘도쿄!’로 주목할 만한 시선(2008),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2009), ‘옥자’로 경쟁 부문(2017)에 진출한 바 있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 다섯 번째 초청작인데 경쟁 부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1994년 단편영화 ‘백색인’의 각본 및 연출을 맡으며 데뷔한 봉준호 감독은 이후 ‘지리멸렬’ ‘프레임 속의 기억들’ ‘모텔 선인장’ 등 지속적으로 단편작을 내놓다가 2000년 장편 상업작 ‘플란다스의 개’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도쿄!’(2008, 단편작) ‘마더’(2009)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등의 각본 및 연출을 담당하며 전 세계적으로 천재성을 띤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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