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껴안고 무릎꿇고..황금종려상 '기생충' 봉준호 "나의 동반자"[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26 17: 57

 호명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브로맨스’가 돋보였다. 두 사람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으로 인연을 맺어 이달 개봉을 앞둔 영화 ‘기생충’(2019)을 내놓기까지 햇수로 17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 사이 호흡을 맞춘 영화 ‘괴물’(2006), ‘설국열차’(2013)까지 합하면 이번이 네 번째 만남이다. ‘호형호제’ 할 수밖에 없는 가까운 사이인 것은 국내 영화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 예상치 못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전 세계에 두 사람의 영향력을 공고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대상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은 이날 감격에 겨워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소감)준비를 못 했다”고 하면서도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르주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서 봉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라며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최세연, 김서영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과 CJ에도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 및 불평등 구조를 담고 있다.
봉 감독은 이어 “무엇보다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다.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송강호의 멘트를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고 주연을 맡은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이날 봉 감독은 송강호,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를 무대로 불렀다. 폐막식까지 자리를 지킨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면서 국내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돌렸다. 끝으로 봉준호 감독은 “가족에게 감사하다”며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으로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라고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72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시작으로 ‘기생충’까지 총 17편의 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 받았는데, 이 가운데 다섯 편의 작품만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2002)이 감독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3)가 심사위원대상, ‘밀양’(감독 이창동, 2007)의 주연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박쥐’(감독 박찬욱, 2009)가 심사위원상, ‘시’(감독 이창동, 2010)가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정확히 9년 만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경쟁 부문의 최고 자리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경쟁 부문 수상은 이번이 여섯 번째.
지난 21일 칸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한 ‘기생충’은 남은 영화제 기간 내내 각국 취재진들에게 '대상작'으로 점쳐졌다. 스크린데일리에서 올해의 경쟁작 21편 중 최고 점수인 3.5점(4점 만점)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 점수인 4.1점(5점 만점)을 매겼다. 이에 ‘기생충’은 한국 영화 역대 최다인 192개국에 판매됐다. 176개국에 판매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의 기록을 넘어섰다. 
‘기생충’의 국내 개봉은 오는 30일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1분./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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