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본 “22년만에 첫 여름앨범, 우리에겐 쾌거”[3시의 인디살롱]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5.28 16: 17

[OSEN=김관명기자] 올해로 22년차를 맞은 1세대 인디밴드 레이지본(Lazy Bone)이 EP ‘어기여차’를 내놓았다. 지난 2017년 10월 정규 6집 ‘Layzbone XX’를 20주년 기념앨범으로 발표한 지 19개월만이다. 처음 듣자마자 귀에 꽂히는 곡은 4번 트랙 ‘썸머매직’과 3번 ‘오징어’이지만, 두번째 들을 때는 서브타이틀인 2번 ‘열대야’, 세번째 들을 때는 메인타이틀인 1번 ‘어기여차’다. 이들의 기막힌 선구안이 놀랍다. ‘요절복통 레이지본’이라는 수식어답게 흥겹고, ‘22년차’답게 완숙한 이들을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인터뷰에는 5명 멤버 중 준다이(보컬), 노진우(보컬 기타), 임준규(기타), 안경순(베이스) 4명만 참석했고 드러머 김석년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1997년 노진우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던 동네 친구들과 함께 결성한 레이지본은 크라잉넛, 노브레인과 함께 국내 인디 1세대를 대표하는 밴드. 처음에는 스카 펑크를 기반으로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하다 2006년 멤버 군입대 등으로 잠시 해체했다. 이후 레이지본과 카피머신으로 나뉘어 활동하다 2013년 원년멤버로 재결성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표곡은 ‘Do It Yourself’, ‘친구’, ‘그리움만 쌓이네’(리메이크), ‘요절복통 레이지본’ ‘알바트로스의 노래’ 등이며, 영화 ‘똥개’ ‘후아유’ 등의 OST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6년에는 KBS ‘불후의 명곡’에 참여해 우승까지 했다.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하면 이렇다.
1집 Lazy Diary(2002년 4월15일) = 바보, 큰 푸른 물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2집 Do It Yourself(2003년 7월16일) = Do It Yourself, 요절복통 레이지본, It’s Alright
2.5집 Extreme(2004년 7월7일) = 그리움만 쌓이네, 나 오늘 땡잡았어
3집 Blue In Green(2005년 4월27일) = 친구
EP Leave Behind Emotion(2006년 5월26일) =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하여, 비처럼 음악처럼
4집 나는 새(2007년 4월26일) = 나는 새
4.5집 Dance Dance(2009년 7월1일) = Dance Dance
싱글 삐에로는 어쨌거나 웃지(2013년 9월6일) = 삐에로는 어쨌거나 웃지
5집 Just Be Lazy(2015년 9월1일) = 멋대로 살자, 늑대가 나타났다
6집 Lazybone XX(2017년 10월29일) = 달빛바다, 사자
EP 어기여차(2019년 5월21일) = 어기여차, 열대야, 오징어, 썸머매직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 ‘어기여차’는 현 소속사 록스타뮤직앤라이브 계약 후 처음 내는 음반이다.(록스타뮤직앤라이브는노브레인이 2004년 설립한 레이블로 현재 육중완밴드, 기프트가 소속돼 있다)
(준다이) “노브레인과는 20여년 전부터 친하게 지냈다. 노브레인이 록스타뮤직을 만드는 과정도 다 지켜봤다. 어쨌든 지금까지 음반을 자체 제작하다가 좀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다행히 록스타뮤직에서 동의해줘 올해부터 함께 일하게 됐다. 이번 앨범이 그 첫 결과물이다.”
= 현재 멤버 5명 모두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간략히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준다이) “디자인 관련 일을 했는데 매출이 좋지 않아서 현재는 연남동 모 꼬치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노진우) “영상쪽 일을 겸하고 있다(그는 미국 LA의 뉴욕필름아카데미 출신으로 각종 CF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현재 5.18 영화와 ‘여고괴담’ 6탄의 촬영팀에서 일하고 있다. 김서형 주연 ‘여고괴담’ 6탄은 올 겨울 개봉예정이다.”
(임준규) “기타 치는 임준규다. 그동안 방송과 영화 음악 프리랜서 일을 겸했는데 록스타뮤직에 둥지를 잡고서는 밴드음악에 올인하고 있다.”
(안경순) “베이스를 친다. 서교동에 밴드 연습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 베이스 기타는 어떤 것을 쓰나. 임준규의 기타도 궁금하다. 
(안경순) “이런 것도 물어보는 인터뷰는 처음이다. 베이스는 뮤직맨의 스팅레이를 쓴다. 지난 2002년 일본에 가서 산 것인데 세월의 흔적은 있지만 아직도 쓰고 있다. 처음에는 (바디가) 흰색이었는데, 베이지색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완전 노란색이 돼버렸다(웃음).”
(임준규) “저는 펜더의 텔레캐스터를 쓴다. 원래 깁슨의 ES335를 썼는데 텔레캐스터는 (안)경순 형이랑 그때 일본에 가서 처음 봤다. 음색은 좋았지만 까탈스러운 여자친구 같아 ‘10년 후에 보자’ 했다. 그러다 최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얼마 전에 구매했다.”
(노진우) “저는 어제 중고장터에서 3만원짜리 통기타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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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러머 김석년은 왜 오늘 안왔나. 
(임준규) “푸드산업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데, 오늘 중요한 자리가 있어서 올 수가 없었다. 요리도 할 줄 아는 푸드 토탈 크리에이터다.”
= 레이지본은 2013년 재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팀 결성과 해체, 재결성 과정을 정리해달라. 
(노진우) “1997년 저를 포함해 3명이 처음 결성했고, 1998년에 임준규, 1999년에 안부장(안경순)과 김석년, 2001년에 준다이가 들어왔다. 이후 2006년에 군입대를 계기로, 그리고 멤버들끼리 사이도 안 좋아서 해체했다.”
(임준규) “이후 노진우 형이 레이지본, 저와 준다이가 카피머신으로 활동했다. 우리는 이 기간을 레이지본의 스핀오프로 본다. 그러다 2013년 초 노진우 귀국 축하모임에서 다시 만나게 됐고 그러다 3월17일 상상마당에서 원년멤버들이 모두 모여 공연을 했다. 객석에는 처음 보는 친구도 많았고 애기 데리고 온 나이 든 팬, 심지어 오열하는 팬도 있었다. 너무 감동적이고 재미있어서 또 하자, 했고 이렇게 해서 재결성된 것이다.”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 그렇게 해서 재결성 후 2017년에 정규 6집이 나왔다. 
(노진우) “6집은 음질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좋은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고 싶었다. 20주년 앨범인 만큼 더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 와중에 나라의 도움으로 앨범을 만들게 됐다.”
(준다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응모해 뽑혔고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그래서 ‘명문’ 톤스튜디오에서 녹음할 수 있었다. 톤스튜디오는 장미여관, 잔나비, 하현우, 박기영 등의 앨범을 녹음한 곳으로 퀄리티에 신경쓰는 스튜디오다. 6집에는 아티산 비츠, 스컬, MC메타 등과 콜라보도 했다.”
= 20주년 앨범이 나왔을 때 소감이 어땠나. 
(임준규) “리스펙도 있지만, 지금까지 뭐했냐는 소리도 듣는다.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온 게 다사다난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우리 모습을 보면 예전과 변함이 없다. 감회보다는 그냥 계속 진행형이라는 느낌이었다.”
(노진우) “노브레인 20주년 뮤비는 제가 좀 관여했는데, 자료정리가 정말 잘 돼 있더라. 레이지본은 그런 게 없었다. 유튜브에서 우리 활동모습을 다운받아야 할 정도였다. 너무 서운했다.”
(준다이) “밴드의 굴곡이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노진우) “6집에서는 타이틀곡 ‘사자’가 좋았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도 곡이 잘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좀 될 줄 알았다(웃음). 하지만 라이브를 하면 할수록 더 좋아진다. (임)준규가 노래를 잘 만들었다. ‘삼시세끼’에 나온 ‘알바트로스의 노래’도 준규가 했다. 송라이팅 능력이 좋아졌다. 진작 좀 하지…(웃음)”
= 이제 이번 EP 얘기를 해보자. 어떤 컨셉으로 만들었나. 
(준다이) “레이지본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여름앨범을 내보자는 것이었다. 물론 예전에는 여름앨범을 내려고 5월에 작업에 들어갔지만 하다 보면 릴리즈가 추운 가을에 이뤄졌다(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록스타뮤직에서 ‘5월에 앨범 나온다 생각하라’며 우리를 채찍질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3월부터 준비했다. 이렇게 날짜를 정해주니까 드디어 여름앨범이라는 쾌거를 이뤘다(웃음).”
= 타이틀곡(어기여차)과 서브타이틀(열대야)은 누가 정했나. 
(준다이) “회사와 상의해 우리가 정했다. ‘어기여차’는 가장 레이지본스러운 곡이다. 마치 놀이터에서 밤새 이야기하는 것 같다. 밝다가 어두워지고 다시 밝아지는 메시지도 마음에 든다. 반대로 ‘열대야’는 가장 신나는 곡이어서 서브타이틀로 정했다.”
(임준규) “4곡 모두 좋다(웃음).”
= 한 곡 한 곡 같이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한다. ‘어기여차’부터. 
(준다이) “보통 특별한 사람들만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엄마들, 학생들 모두 매일매일 힘들다. 이런 당신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메시지다.”
(노진우) “레이지본식 응원가다.”
(임준규) “힘들 때 ‘힘내라’라는 말보다는 말없이 내미는 손이 더 큰 감동과 진짜 위로를 준다.”
(준다이) “어렸을 때부터 성공하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정작 그 성공이란 가짓수가 의사 판사 변호사 대기업 등 몇 개 안 된다. 힘들게 사는데 의미가 없다는 것, 이것이 가장 힘들다.”
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제공
= ‘열대야’는 처음부터 음이 높다. 
(준다이) “(임)준규 형이 높은 음을 너무 넣어줬다. 쉼표도 없다.”
(임준규) “보컬이 2명이다 보니 전혀 개의치 않는다(웃음). ‘Do It Yourself’를 노래방에서 혼자 부르면 인정한다(웃음).”
(준다이) “이번 앨범은 작업실에서 전문 엔지니어가 가세한 가운데 홈레코딩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엔지니어와 긴밀한 소통이 이뤄졌고 그 결과 사운드가 잘 나왔다.”
(임준규) “둘(노진우 준다이)의 호흡이 겁나게 잘 맞는다. 드럼은 메트로놈을 듣지만 보컬은 그게 없다. 그래서 가끔 마가 뜨곤 한다(웃음).”
(노진우) “CD 앨범 재킷 후면에 멤버들이 VR을 즐기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 맞다. 앨범 재킷은 준다이가 그렸다고 들었다. 그런데 멤버들 옷에 보면 조그만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준다이) “노브레인의 뇌, 레이지본의 뼈, 육중완밴드의 6, 기프트의 선물, 록스타뮤직앤라이브의 R이다.”
= 고양이는 왜 그렸나. 
(준다이) “그동안 키우던 고양이였는데 얼마 전에 죽었다.”
= 3번 ‘오징어’는 무척 신나는 곡이다. 
(임준규) “전형적인 셔플 리듬이다. 또한 디스토션이 없는, 아주 레이지본스럽지 않은 곡이기도 하다. 여름 느낌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초안이 2시간만에 나왔다.”
= 왜 오징어인가. 
(임준규) “준다이가 페르소나로 갖고 온 게 오징어였다. 오징어, 요즘에는 약자를 대변하는 말이 돼버렸다.” 
= 마지막 트랙 ‘썸머매직’은 처음 들었을 때 가장 좋았다. 
(준다이) “(임)준규 형이랑 카피머신 활동하면서 싱글로 냈던 곡인데, 이번에 레이지본 버전으로 다시 바꿨다. 낯선 곡의 설렘에 관한 노래다.”
(임준규) “이 곡은 (노)진우가 고생했다.”
(준다이) “노진우가 제 녹음 버전의 뉘앙스를 살리려 해서 갈팡질팡한 것 같았다.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내라고 했다.”
(안경순) “4번 트랙이지만 (중요도나 완성도에서) 네번째 곡은 아니다.”
(준다이) “EP가 좋은 게 곡수가 적으니 정규앨범처럼 넘겨 듣거나 타이틀곡만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 4곡만으로 꽉 찬 앨범 같다. 레이지본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준다이) “(안)경순 형이 예전에 ‘음악만 하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멤버들이 계속해서 노래 만들고 공연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맥락에서 좀더 유명세가 있으면 좋겠다.”
(노진우) “크라잉넛이 벌써 25주년, 우리가 벌서 22주년이다. (크라잉넛) 형들을 바라보면서 따라가는 느낌이다. 그 형들이랑 무대에서 같이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레이지본은 3집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EP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일부에서는 ‘예전과 똑같다’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EP에 브라스가 한번도 안나온 게 대표적이다. 우리는 언제나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
(임준규) “EP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여기는 이렇게 할 걸’ 후회가 있다. 준다이 얘기처럼 남들이 정해놓은 길이 아니라 우리의 길을 따라 나아가면 될 것 같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30주년을 맞지 않을까 싶다.”
(안경순) “30주년 숫자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멤버들과 잘 지내면서 순간순간 충실하게 활동하고 싶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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