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물세트"..봉준호 '기생충', 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28 17: 42

베일을 열어 보니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여러 가지 장르가 조화롭게 녹아 있어 한 가지로 분류할 수 없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였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돼 베일이 벗겨졌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던 날부터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국내 예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과연 어떤 영화일지 궁금증을 자극했었던 바. 러닝타임 131분 내내 결말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칸의 주인공이 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의 배우들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조여정 이선균 송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rumi@osen.co.kr

대중에 소개된 대로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 극 초반에 가족 코믹극으로 시작해 중반부터 스릴러, 범죄극 등으로 물줄기가 급변한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 rumi@osen.co.kr
이 영화는 앞선 영화들처럼 봉준호 감독이 기획해 시나리오까지 직접 완성했다. 지난해 5월 18일 첫 촬영을 시작해 77회차 만에 전체 촬영을 마쳐 같은 해 9월 19일 크랭크업 했다. 후반 작업을 거쳐 이달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달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대상 격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테런스 맬릭, 자비에 돌란, 켄 로치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신작과의 경쟁에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더 값지다. 국내 언론을 포함해 외신은 ‘마침내 봉준호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 걸작’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이날 각본 및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은 “굳이 사회 양극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작)’지리멸렬’과 이어진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해서 제가 (국내 현상을)사회 경제적으로 분석한 건 아니고 인간의 모습을 통해,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한 모습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고 싶었다”고 기획의도 및 연출 방향을 전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여정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rumi@osen.co.kr
그러면서 봉 감독은 “저는 영화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다. 젊은 관객들이 (사회 비판적인 혹은 풍자적인 상황을 그린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라며 “최우식 박소담이라는 젊은 배우들이 감독인 저보다 많이 알 것 같다. 현재 젊은이들이 (살아가기에 국내)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저는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본 단위를 통해 인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극의 주요 소재로 냄새가 사용됐다’는 질문을 받고 “냄새가 굉장히 예민한 것인데, 그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게 됐다”며 "사실 재미있는 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는 거다. 비행기를 타도 좌석이 나누어져 있고 식당에 가도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이 영화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가까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이 나온다”고 살짝 귀띔했다.
가장이자 백수인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는 “‘기생충’은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낯선 게 두렵기도 했지만 사실 신기했다”면서 “현실감이나 리얼리티, 참신함이 두려움을 상쇄시켰다.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통해 체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소담이 환하게 웃고 있다. / rumi@osen.co.kr
이어 그는 “좋아하는 감독님, 후배들과 연기를 해서 좋았다. 편집을 해서 일부만 들어가 있긴 한데 더 재미있는 상황이 많았다. (작품은)그런 재미가 있다”면서 아들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의 연기를 칭찬했다.
박사장을 연기한 이선균은 “대본에 캐릭터가 너무 잘 담겨 있어서 편하게 했다. 부자 캐릭터가 부담이 됐는데 환경, 설정이 잘 잡혀 있어서 편하게 했다”고 박사장을 이해하고 표현한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존경하는 송강호 선배님, 봉준호 감독님과 같이 작업해서 그런지 첫 촬영날 신인처럼 기분 좋은 떨림을 갖고 임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박사장의 아내 연교 역을 맡은 조여정은 “이 작품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다”며 “제가 맡은 연교는 전업주부다. 집안 일에만 임하는 캐릭터였다"라며 “안주인으로서 기택의 가족을 대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선균이 환하게 웃고 있다. / rumi@osen.co.kr
기택의 큰 아들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송강호와 대등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책임졌다. 이에 그는 “송강호, 장혜진 선배님의 아들 캐릭터로 임했다는 게 행복했고 즐거웠다”면서 “가족 촬영 장면은 재미있었다. 첫 촬영부터 장난치면서 웃으면서 찍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택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장면에 대해 “사실 대본을 처음 읽고 엄청나게 부담됐다. 제 나이 또래 배우가 송강호 선배님에게 연기 지도를 한다는 게 너무 긴장되는 거 아니냐”라며 "머릿속으로 볼 때도 긴장됐지만 재미있었다. 영화에 안 나온 테이크도 너무 많았다”고 즐거웠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기택의 차녀 기정을 소화한 박소담도 “제가 칸에 다녀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떨떨하다. 사진만 봐도 너무 감사하다”며 “봉준호 감독님,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선배님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기택의 아내 충숙을 연기한 장혜진은 출연작 중 가장 많이 촬영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한 가지 장르에 갇히지 않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항상 새 작품 자체가 독자적인 장르라 불릴 만한 영화적 세계를 펼쳐왔다. 그의 일곱 번째 장편 '기생충' 역시 예측 불가능한 서사를 담았다. 캐릭터들의 계획된 만남이 가져다 주는 뜻밖의 상황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긴장과 서스펜스, 그리고 국내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까지. 다채로운 감정과 영화적 재미로 가득 찬 '기생충'은 어김 없이 봉준호 표 영화였다. 30일 개봉./ watc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