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표 '기생충', 칸 황금종려상 잡고 이젠 韓관객 홀릴 차례(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28 19: 12

 ‘기생충’이 이달 30일 개봉을 확정하고 한국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항상 본 적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의 구미를 자극할 만큼 신박하고 흥미로운 작품의 탄생이다. 칸 국제영화제가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준 이유는 영화를 보면 명확히 느낄 수 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의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rumi@osen.co.kr

봉준호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감독이)됐다”며 “제 성격이 원래 집착이 강한 편이다(웃음)”라며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현재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앞서 그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12살 때(한국나이 14세)부터 영화를 좋아했던 영화광이었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최우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rumi@osen.co.kr
이달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이 대상 격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차지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테런스 맬릭, 자비에 돌란, 켄 로치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의 신작과의 경쟁에서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더 값지다. 국내 언론을 포함해 외신은 ‘마침내 봉준호가 하나의 장르가 됐다’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 걸작’ 등의 호평을 쏟아냈다. 131분의 러닝타임 동안 이 같은 문장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라는 것에 동감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공간적 특성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계단이라는 도구를 통해 반지하와 2층집을 나눈 게 특히 그러하다. 그러나 주인공은 특별하다기보다는 주변에서도 볼 수 만큼 친숙하다. 기택과 박사장의 가족이 부모와 아들, 딸로 이뤄진 4인 구성이라는 점은 똑같지만 경제적 상황은 극과 극으로 다르고 생활 반경도 겹치지 않는다. 기택의 아들 기우가 박사장 자녀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면서 두 가족이 만나 여러 가지의 사건들이 벌어진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양극화라는 경제적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해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면서도 “그렇다고 제가 사회・경제적으로 계층을 분석한 건 아니고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 존엄에 대한 부분을 건드리고 싶었다“라고 연출 방향과 제작 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굳이 양극화라는 경제적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부자와 가난한 자에 대해 사실적으로 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리멸렬’(1994, 단편)과 이어진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저는 영화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다. 두 가족의 기구한 인연을 담으면 (영화적으로)어떨까 싶었다”며 “가족이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위다. 우리의 삶에 놓여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해 드라마를 찍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에 처음으로 이야기를 구상해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 rumi@osen.co.kr
이어 그는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서로의 냄새를 맡을 기회가 없다. 비행기를 타도 좌석이 나뉘어져 있고 식당에 가도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라며 “‘기생충’에 나오는 게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서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영화에서 쓰이지 않으면 안 될 게 바로 냄새였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제 칸(국제영화제 수상)은 과거다. 한 분 한 분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며 “틈만 나면 제가 약간의 분장을 하고 극장에 간다. 진짜 관객들 사이에서, 그 틈바구니에서 보면서 관객들이 무슨 얘기를 하시는지 들으며 반응을 접한다. 관객들이 개봉 후 세세하게 보시기 위해선 영화의 내용이 미리 알려지지 않는 게 좋다”며 스포일러를 당부했다. 
이 영화는 두 가족의 특징을 현실감 있게 완성할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했는데, 송강호부터 막내 박소담까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는 ‘기생충’에 대해 “장르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는 것 같다. 낯선 게 두렵기도 했지만 사실 신기했다”며 “현실감이나 리얼리티, 참신함이 두려움을 상쇄시켰다. 배우들끼리 앙상블을 통해 체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기택의 아내 충숙은 연극배우 장혜진이 맡았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 언론배급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사회를 마치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최우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rumi@osen.co.kr
기택의 큰 아들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송강호, 장혜진 선배님의 아들 캐릭터로 임했다는 게 행복했고 즐거웠다. 가족 촬영 장면은 재미있었다. 첫 촬영부터 장난치면서 웃으면서 찍었다”며 “저희 아버지로 송강호 선배님이, 연출자로 봉준호 감독님이신 데다 제 비중이 많아서 많이 떨었다. 선배님들과 감독님이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기택의 차녀 기정을 소화한 박소담도 “제가 칸에 다녀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떨떨하다. 사진만 봐도 너무 감사하다”면서 “봉준호 감독님, 이 선배님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박사장을 연기한 이선균은 봉준호 감독이 짜놓은 시나리오가 탄탄해 부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님, 감독님과 작업을 했는데 첫 촬영날 마치 신인처럼 기분 좋은 떨림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가족의 ‘웃픈' 상황이 주는 웃음으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흘러나오는 긴장감과 불안감, 현 시대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한 씁쓸함 등 다채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잘 사는 사람, 가난한 사람이 함께 잘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러닝타임 131분./  watc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