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특기는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비틀고, 서늘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풍자와 은유를 심어 놓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작 ‘기생충’(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多장르’ 형태의 장르영화다. 갈수록 중산층이 붕괴되고 극심한 양극화를 이룬 한국 사회의 계층을 담았다.
기생충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라는 의미다. 요즘 유행하는 ‘OO충’ ‘O충’이라는 신조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영화 ‘기생충’은 가족 전체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이 글로벌 IT 업체를 운영하는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한마디로 기택네가 박사장네 붙은 ‘냄새 나는 기생충’인 셈이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살지만 가족애 만큼은 흘러 넘치는 기택의 집을 비추며 비교적 평화롭게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돈벌이가 없어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걱정인 이들은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의 딸의 과외 교사로 들어가면서 한줄기 희망을 엿본다. 이어 차녀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치료교사로 일자리를 구하며 본격적으로 기생하기 시작한다.
‘기생충’을 보는 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저소득층의 불안과 두려움 혹은 자포자기, 그들과 선을 그으며 자신들만의 안위를 지키려 하는 자본주의자들의 오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자본가들을 향한 분노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돈이 곧 인성이니까.
이 영화가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라고해서 무작정 어두운 현실만 담은 것도 아니었다. 기택과 박사장 두 가족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통해 폭소, 실소, 냉소, 비소 등 다양한 종류의 웃음을 유발한다.
‘기생충’은 우리가 몰랐던 각자의 사정과 복잡한 생각들을 풀어놓으며 예상치 못한 기류로 흘러간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표현이 적확할 터. 봉준호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챙기는 실속 있는 감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만든다.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네 번째로 만난 송강호는 말할 것도 없고 대중에 낯선 연극배우 장혜진, 부자 부부 역을 맡은 이선균과 조여정, 이번 영화를 통해 비로소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우식과 박소담까지 모든 배우들이 봉준호 표 흥미로운 ‘가족 희비극’을 완성했다. / watch@osen.co.kr
[영상] 최재현 기자 hyun30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