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 "엘르패닝, 배우들 연기 탄복..송강호 강력한 주연상 후보" [인터뷰]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5.29 12: 46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 폐막식 직후, 심사위원들과 리셉션장에서 있었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인터뷰가 진행됐다.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 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 네 집에 발을 들이고, 이렇게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넷플릭스 시리즈 '옥자'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번 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72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는 역대 칸영화제에서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제5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송일곤 감독의 '소풍'은 같은 해 단편부문에 출품해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본상에 해당하는 경쟁 부문에서는 지난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그랑프리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이어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박찬욱의 '아가씨'(2016), 봉준호의 '옥자'(2017)와 홍상수의 '그 후'(2017), 이창동의 '버닝'(2018), 봉준호의 '기생충'(2019)이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지만, 지난해까지 본상은 받지 못했다. '시'의 각본상 이후에는 9년 동안 본상 수상이 끊겼지만,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에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 '기생충'(2019년 경쟁 부문)까지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초청됐고, 이번에 처음 본상을 수상했다. 생애 첫 본상이 황금종려상이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리셉션장을 들어섰을 때, 심사위원 9명이 봉준호를 둘러싸고 "이 장면을 어떻게 찍었느냐?", "미쟝셴이 너무 돋보인다" 등 질문을 쏟아냈다고.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이 결정된 만큼, '기생충'을 향한 심사위원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봉준호 감독은 "경쟁 부문에 초청된 감독들과 심사위원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 접촉을 못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격리가 돼 있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마침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셈이다. 나도 베를린영화제에서 심사를 해봤지만, 정말 궁금한 것들이 많이 생긴다. 자신들이 황금종려상을 준 감독을 처음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더라. 붙잡고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대체 부잣집이 어디냐? 어떻게 그런 곳을 골랐느냐?'며 궁금해했다. 디카프리오와 곰이 서로 물어죽일 듯한 장면을 찍은 분이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엘르 패닝은 '기생충'에 나온 배우들의 찬사를 늘어놨다. 비록 본인은 한국어를 몰라서 서브 타이틀로 보긴 했지만, '기생충'에 나온 여배우들의 대사나 표정을 극찬했다. 표정이나 리듬감 같은 게 탄복스러웠다고 했다. 그리고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은 송강호 배우를 언급하면서 아주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였다고 연기를 찬양했다. 그런데 영화가 워낙 압도적으로 만장일치 황금종려상이라서 중복 수상은 할 수 없었다. 원래 영화제 규정상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은 중복 수상이 불가능하다. 심사위원들도 이 부분을 말하면서 아쉬워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선배님한테도 이 얘기를 전해드렸더니 '너무 기쁘고 좋고 영광이지만, '기생충'이란 영화가 남우주연상 카테고리에 가두기엔 아깝지 않느냐?'고 하시더라. 황금종려상이 기쁘다고 하셨다"며 미소를 보였다. 
한편,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