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얘기는 이제 그만 하고 싶어요(웃음).”
배우 최우식(30)이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인터뷰 자리를 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이날 ‘출연 분량이 많다’는 말에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분량이라는 단어는 그만 말하고 싶다”고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가족 전체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 딸(정지소 분)의 과외 교사로 입성하면서 두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최우식은 이날 “어제 관객들과 처음으로 스타라이브톡 시사회를 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보신 거 같아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라고 개봉 소감을 남겼다. 최우식이 맡은 캐릭터는 송강호 못지않게 많은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제가 어떻게 얘기해야 자랑 같이 안 들릴지(웃음).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하신 다음에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제 캐릭터 이름이 기우인 것만 알고 있었지만 어떤 아이인지 몰랐다. 분량이 많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저희 부모님은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게 있어서 좋긴 하지만, 기우라는 캐릭터가 극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인물이라 부담이 엄청 컸다.”
이어 최우식은 “영화를 처음 볼 때 긴장이 많이 됐다. 제가 혹시나 잘 된 밥에 재를 뿌리진 않을까 걱정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 스스로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보신 분들이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니 안도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과 영화 ‘옥자’(2017)를 끝내고서 ‘기생충’의 출연 제안을 받게 됐다.
“감독님 말씀에 의하면 김군 캐릭터를 할 때 제 얼굴을 보시고 '김기택 아버지와 같이 있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셨다더라. 저는 '옥자' 뒤풀이 때 같이 하잔 얘기를 얼핏 들었다. 근데 저는 많이 듣는 질문이듯 ‘다음에 작품 준비된 거 있어?’라고 그냥 물으시는 건 줄 알고 크게 생각 안 했다. 그 다음에 또 연락을 받았다. 뒤풀이 이후 넷플릭스에 영화가 올라가면서 감독님과 주기적으로 ‘옥자’ 때문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감독님이 ‘준비하는 게 있냐?’고 또 물으셨는데 그땐 일이 없어서 제가 '몸도 만들고 다음 작품을 위해 이미지 체인지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마른 몸 상태를 유지하라고 하셨다."
최우식은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 대해 “저는 처음에 대본을 볼 때 제 이름만 본다. 제가 해야할 캐릭터가 어떤 톤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다”며 “처음엔 기우의 대사만을 봤는데, 처음엔 전체 내용보다 (작품에서)제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먼저 본다. 근데 기우의 이름이 계속 나와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나오네?’라는 생각에 비로소 중요한 캐릭터인지 알게 됐다"라고 부끄러워했다.
영화는 반지하에 살지만 서로에 대한 불평 없이 화목한 기택의 집안을 비추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직장이 없어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걱정인데, 장남 기우가 박사장 딸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면서 한줄기 희망을 찾는다. 그러고나서 차녀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교사로 일자리를 구하며 본격적으로 '기생'하기 시작한다.
최우식은 아버지 역을 맡은 송강호에 대해 “송강호 선배님에게 현장에서 ‘아버지’라고 불렀다. 저를 아들처럼 편하게 맞이해주셨다. 친아버지처럼 대해주셨다”라며 “이 영화가 송강호 선배님에, 봉준호 감독님 연출이라는 사실에 저로선 부담이 컸는데 현장에서 제가 떨지 않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 전까지 송강호 선배님을 작품 외적으로 뵌 적이 없었다. 작품 속에서만 만나 뵀다”라며 “송강호 선배님은 선배로서 현장에 계신 게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기생충’의 현장에 계셔서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2011년 드라마 '짝패'로 데뷔한 최우식은 이듬해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호구의 사랑'(2015) '쌈, 마이웨이'(2017) 등의 드라마에서 지질하지만 귀여운 남자친구 역할을 맡아 실제 성격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여심을 자극했다.
드라마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가장 연기로 인정받았던 작품은 영화 '거인'(감독 김태용, 2014). 이때의 고등학생 영재 역을 맡아 호평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2015년 들꽃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최우식은 "제가 그렇게까지 긍정적인 성격은 아니다. 항상 긴장을 하고 걱정한다. 많이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영화 ‘거인’ 때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랬다. 이번에 칸영화제에서도 축제의 분위기를 (초반엔)즐기지 못했다. 상영 전에 ‘여기서 내 연기가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에 긴장되고 떨렸다"며 "물론 이런 곳에 왔다는 게 영광이었지만. 잘 될거야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걱정이 커서 다운되는 편이다. 근데 쉴 때는 여행을 다니며 쉬는 게 제일 좋은 거 같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웃음)” / watch@osen.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