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 "'기생충' 덕분에 연기갈증 해소했다..너무 행복해"(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30 12: 53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통해 연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박소담(29)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을 통해 배우로서 재미를 느끼고 연기적인 갈증을 해결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박소담은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언론 인터뷰 자리를 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30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가족 전체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 딸(정지소 분)의 과외 교사로 입성하면서 두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박소담은 “(봉준호)감독님이 배우 캐스팅을 하시고 나서 시나리오를 쓰신다고 하더라. 어느 정도 잡아 놓으시긴 하지만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캐스팅된 이후 받았다. 처음엔 감독님이 ‘가족 얘기를 쓸 예정인데 송강호 선배님의 딸, 최우식의 여동생으로 같이 하자’고 하셨다. 한 두 달 정도 얘기가 없으셔서 ‘바뀌었나?’ 싶었다.(웃음) 계속 드문 드문 연락을 주셔서 감독님에게 ‘그땐 너무 애가 탔다’는 말씀도 드렸다. 근데 감독님이 ‘내가 분명 하자고 했는데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시더라. 감독님은 이미 확정을 하고 계셨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만 속으로 애가 탔던 거 같다.(웃음)”라고 출연 과정을 전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순간을 떠올린 그녀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잘 읽혔던 거 같다. 제가 오래 연기를 안 해서 이 시나리오가 어땠다기보다 정말 잘 읽히는 느낌을 받았다. 기정의 대사를 보고 ‘감독님이 저를 잘 아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사가 제 입에 잘 붙었다. 근데 혹시나 ‘다시 연락이 안 오면 어쩌지? 진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센 역할, 시대극을 많이 해서 제 (나이대 캐릭터의)말을 하고 싶었다. 28세의 기정을 보는데 이 역할을 내가 맡아서 빨리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라고 캐스팅 되고 나서 시나리오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달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시상자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것. 
박소담은 “사실 아직도 많이 얼떨떨하다. 제가 칸에 다녀왔고 모든 스케줄을 진행했다는 게 아직도 얼떨떨하다. ‘내가 정말 칸에 다녀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내 자신이 낯설다”라고 칸 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이 영화는 반지하에 살지만 서로에 대한 불평 없이 화목한 기택의 집안을 비추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직장이 없어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걱정인데, 장남 기우가 박사장 딸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면서 한줄기 희망을 찾는다. 그러고나서 차녀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교사로 일자리를 구하며 본격적으로 '기생'하기 시작한다. 박소담은 기택의 차녀 기정을 연기했다.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봉 감독의 연출력과 예측 불허의 상황, 위트 있는 대사, 배우들의 연기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하다.
‘캐릭터 기정과 본인이 닮은 점을 느꼈느냐’는 물음에 박소담은 “기정은 막내지만 감독님이 '기정이 동생이고 기우가 오빠인지 긴가민가하게 하라'고 하셨다. 제가 실제로 맏이라서 기정의 현실감이나 당돌함이 닮은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며 "학교 다닐 때 과대를 해봤다. 제가 나서서 무언가 하는 게 편안한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할 말을 다 하고 사는 게 (기정은)저와 비슷한 거 같다"라고 답했다.
2013년 데뷔한 박소담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특히 '검은 사제들'에서 악마에 씌인 영신 역을 맡아 말 그대로 신들린 빙의 연기를 보여줘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끌어냈던 바. 이에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서 신인 여우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춘사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부일영화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박소담은 이어 “저도 대학을 졸업한 후 한 달에 17개씩 오디션을 볼 때가 있었다. 4년 동안 휴학 한 번 안 하고 여행 한 번 안 가고 졸업을 했는데 ‘왜 이렇게 악착 같이 살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며 “그때 캐스팅이 된 게 ‘사도’와 ‘경성학교’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때 작품)에서 주인공은 했지만, 막상 현장에 나오니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았다. 내가 모르는 큰 세상이 많은 것에 두려움이 컸다”라고 힘들었던 시기에 대해 떠올렸다.
“당시에 제가 ‘경성학교’와 ‘사도’를 동시에 찍고 있었다. ('사도'에는) 김해숙 선배님부터 전혜진 선배님까지 같이 계셨다. 거기서도 (제 캐릭터는)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는 건데 예의없어 보일까봐 걱정했다. 그때도 송강호 선배님이 ‘잘하고 있으니 계속 그렇게 하라’ ‘3회차라 아쉽다. 나중에 다름 작품으로 또 만나자’고 말하셨다. 이번에 ‘기생충’에선 아버지로 만나니 마음이 편했다. 정말 딸처럼 대해주셨다. 기정이처럼 대해주셔서 그런지 훨씬 더 편안했던 거 같다. 인생 선배를 만난 느낌이다. 이젠 사소한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배운 것도 있다.”
박소담은 이어 “송강호 선배님이 제게 ’잘 하고 있다’ ‘네 생각이 옳다’ ‘이렇게 좋은 작업을 해서 좋다’ ‘앞으로 더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같이 하는 배우들이 되게 소중하다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기생충’을 찍고 홍보하면서 덕분에 연기 갈증을 해소했고 너무 행복해졌다”라고 ‘기생충’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박소담은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받은 이후, 연기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제2의 OOO'이라는 말에 제 이름이 붙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존감이 낮았다. 그때는 좀 두려웠던 거 같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데 잘 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엄마에게 '너는 너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했는데 너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우리가 힘들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냈다. 빨리 다시 박소담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빨리 또 다른 연기를 해서 새 작품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연기자를 반대하셨던 아빠는 지금은 제가 너무 창피할 정도로 좋아하신다(웃음)."
박소담은 이어 “('검은 사제들' 이후)‘내가 진짜 저 연기를 잘했나?’ 싶었는데 제가 잘했는지 모르겠더라. (드라마 후)안 좋은 반응도 있어서 숨고 싶었는데, 이제는 (마음 속)어둠이 지나갔다. 만약 3년 전 제가 계속 달리는 중에 '기생충'을 만났다면 행복한 작업인지 모르고 잘하려고만 했을 거 같다. 다시 연기를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watch@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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