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소중히".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한다. 배우 이다인이 '닥터 프리즈너' 종영 후 되새긴 행복의 가치에 대해 논했다.
이다인은 30일 OSEN과 만나 최근 막 내린 KBS 2TV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의사 나이제(남궁민 분)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감옥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교도소 의료과장이라는 직책이 전면에 등장해 신선함을 선사했고, 악인을 잡기 위해 권력을 이용하는 주인공 나이제의 성격이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이다인은 그룹 후계자가 되기 위해 악행을 일삼는 이복 오빠 이재준(최원영 분)에게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태강 병원 법무팀장이 된 이재인 역으로 등장했다. 이에 그는 때로는 주인공 나이제의 든든한 조력자로, 때로는 커리어우먼으로 활약하며 작품에 기여했다.
그는 작품을 끝낸 소감에 대해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보내기가 아쉬웠다. 전에는 끝나면 '시원 섭섭' 했는데 이번엔 시원함이 없었다. 뭔가 섭섭하고 아쉽고, 제가 더 예쁘게 만들어서 보냈어야 하는데 재인이를 너무 완성하지 못하고 보낸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다인은 "이재인으로서 마음에 드는 장면이 없다"며 스스로의 연기를 유독 자책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살린 '닥터 프리즈너' 안에서 이재인 역시 변수가 많은 캐릭터였던 터. 거듭되는 수정 속에 자신이 인물의 성격을 다듬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는 것.
그는 "처음에 저는 재인이가 야망이 있는 아이인 줄도 몰랐다"며 "인물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연기했는데 다음 대본에 모르는 상황이 나오다 보니까 실시간으로 변하는 게 있었다"고 털어놨다. 가령 극 중 이재인이 부친의 병이 알츠하이머가 아닌 유전질환 헌팅턴 무도병인 것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처음에는 병명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연기했으나 나중에는 알고 있던 설정이 등장하자 놀랐다는 것. 이다인은 이처럼 반전을 거듭하는 '닥터 프리즈너'의 전개와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고 동시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다인은 '닥터 프리즈너'에 깊이 만족하고 있었다. 불만족스러운 건 자신의 연기이지 작품이나 연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정말 원했던 캐릭터와 원했던 작품"이라며 "작가님의 필력과 음향부터 조명을 비롯한 모든 연출에 긴장감이 있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까지 모든 걸 갖춘 드라마에 제가 한 캐릭터로 등장한 것 자체가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호흡한 것에 만족했다. 나이제 역으로 호흡한 선배 연기자 남궁민부터 극 중 엄마 모이라 역으로 호흡한 배우 진희경에게 따뜻한 조언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선배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한 장면도 있었다. 그는 이복 오빠 이재준 역으로 등장한 최원영에 대해 "대본에 없는 연출을 정말 많이 연구해서 오셨다. 대사만 하는 게 아니라 뭔가 행동을 하나 추가해서 그 장면을 더욱 긴장감 넘치고 소름 끼치게 만들었고, 어떤 장면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며 감탄했다.
또한 남궁민에 대해서도 "대사를 너무 자연스럽게 하시니까 놀라웠다. 사실 자연스러운 연기가 제일 어렵지 않나. 그런데 현장에서 모니터링도 계속 하시면서 섬세하게 연기하고 목도 계속 풀고 계셨다. 그런 프로의 모습들을 많이 봤다. 보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이다인은 자신만의 이재인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캐릭터를 연구하고 고민했다. 그는 "고민을 누구에게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라며 "제가 맡은 캐릭터는 저만이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홀로 캐릭터에 몰두한 배경을 밝혔다. 또한 커리어우먼인 이재인을 연기하기 위해 말할 때 음성도 전보다 한껏 낮추고, 시선 처리 역시 빠르고 정확하게 소화하는 등 연기에 변화를 주려 애썼다.
다만 그는 작품에는 만족했어도 스스로의 연기에는 만족하지 않았다. 이다인은 "제 자신한테 만족한 적이 없다. 특히 이번 건 제가 준비한 만큼 화면에 더 못 나오니까 마음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런 이다인을 끝까지 움직이게 만든 건 이따금씩 주위에서 듣는 칭찬들이었다. 그는 "모니터링을 친구나 지인들한테 물어보는 편"이라며 "친구들이 항상 봐주고 어떤지 얘기를 해주는데 그런 것들로 그나마 버틸 수 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댓글도 모두 다 챙겨 보고 인상 깊은 댓글을 기억하고 있다는 이다인은 악플로 인해 자신감을 잃을 때도 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는 주위의 응원 속에 의지를 다잡았다는 그다.
특히 그가 '닥터 프리즈너'를 하며 들었던 응원 중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은 "엄마보다 잘 하는 것 같다"는 칭찬이라고. 이다인은 "우연히 어느 가게에서 일하시는 분이 '깜짝 놀랐다. 너무 멋지게 나오더라. 말에 진정성이 있었다. 엄마보다 잘하는 것 같다'고 해주셨다. 사람마다 보는 눈은 다르다지만 제가 들어본 최고의 칭찬이었다"며 웃었다.
이처럼 그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속에 이다인은 스스로의 중심을 잡았다. "어렸을 땐 멘탈이 소위 '쿠크다스'였다"는 그는 대학교 때 연극 무대에 참여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고 소속사 오디션을 본 뒤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엄마인 견미리와 언니인 이유비 모두 배우로 활동하는 만큼 그를 두고 가족을 언급하는 다양한 인신공격성 댓글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연기를 평생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 누구보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배우를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연기라는 일을 하는 직업 중의 하나"라는 것. 이에 이다인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기했다. "길을 다닐 때 저를 특히 가리지 않는다. 저를 보는 분들이 알아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얼굴에 뭐가 묻었거나, 나 닮은 사람을 아는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저를 닮은 사람을 봤다는 지인도 정말 많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이다인이 추구하는 바 역시 지극히 간단했다.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이라고. 그는 "제 SNS에도 '순간을 소중히'라는 영어 문구를 적어놨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이 한 말인데, 그게 제 인생의 모토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하루하루, 지금 현재를 행복하고 의미 있게"라고.
'닥터 프리즈너' 역시 오디션으로 따낸 배역인 만큼 추후 좋은 작품에서도 제작진의 눈에 들고자 열심히 오디션을 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망가지는 코미디도 재미있게 소화하고 싶다는 이다인의 다음 행보가 그의 행복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monamie@osen.co.kr